이낙연 "서울공항 자리에 3만호 공급" 이재명 기본주택에 '맞불'

김상범 기자 2021. 8. 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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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 부지에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공항(성남비행장)을 이전해 그 자리에 3만 가구를 짓고, 주변 고도제한 해제로 4만 가구를 추가로 지어 총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날 기본주택 100만가구 등 총 250만 가구 공급책을 내자 맞불 차원에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공항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스마트 신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공항은 주택 약 3만 호를 공급할 수 있는 면적”이라며 “강남-송파-판교의 업무 중심 벨트와 위례 신도시-성남 구도심 주거 벨트의 두 축이 연결된 인구 약 10만 명 수준의 스마트 신도시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 이전부터 공급 택지 후보로 자주 거론돼 왔다. 이 주택은 공공 주도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대형 브랜드 건설사와 똑같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가장 선진적인 건축 방식을 도입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공항의 대통령 전용기 이착륙과 재난 시 구호물자 투하 등의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옮기고, 미군 비행대대는 오산 공군기지 등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공항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이 해제됨에 따라 추가로 약 4만호까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이 전 대표는 밝혔다.

당초 이 전 대표는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2·4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라는 기조였으나, 전날 이 지사가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하면서 맞대응 차원에서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기본주택이 들어설 입지를 아직 밝히지 않은 것과 달리, 이 전 대표는 서울 접근성이 높은 서울공항 부지 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은) 대부분 국유지이고 이미 도로, 지하철 등의 기반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조성원가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분양가가 낮게 설정될 경우 이에 수반되는 ‘로또 청약’ 문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붙지 않도록 최대 10년까지의 전매제한을 둠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대책이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식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항 이전, 미군 부대 이전 등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단기 공급책으로 보기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경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택은 공급에 신중해야 하는 물건”이라며 “3기 신도시 등 현 정부의 대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택 가격을 ‘공급으로 잡겠다’는 쪽으로 너무 쏠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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