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피싱에 속아 '9천만원 든 봉지'를 현관문에..'아차' 했지만 이미 사라졌다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해 3월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한 70대 남성은 "계좌가 도용돼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검찰 수사관의 전화를 받았다. "체포영장 발부를 막으려면 돈을 꺼내 검찰에 맡겨라"는 말에 피해자는 계좌에 있던 9000여만원의 돈을 검정 비닐봉투에 담아 집 현관문에 걸어뒀다. 속은 것을 깨달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을 때에는 이미 현금은 사라진 후였다.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외국 국적의 수거책과 간부, 한국인 총책 등 6명으로 구성된 범죄조직의 윤곽이 잡혔다. 드러난 피해액만 59억여원에 달하며 200~300명의 피해자가 이들 조직에게 사기를 당했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6명 중 5명을 검거하고 중국으로 도주한 총책을 뒤쫓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도 크게 늘었다. 저렴한 이율의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이 있다면서 기존 대출과 바꿀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피해자를 낚는다.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악성 앱을 내려받게 하고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든 사기 조직에 속아 거액을 송금하면 어느새 조직은 잠적하고 없다. 일명 대환대출 사기다.
이외에도 범죄조직이 피해자의 지인인 척 급전을 요구하거나, 수사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털어가는 사기도 많다. 지난해 4월 덜미를 잡힌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찰 수사관인데 은행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수법을 사용해 59억원이 넘는 돈을 긁어모았다. 검찰이라는 말에 겁을 먹은 피해자들은 수사관으로 위장한 조직 수거책에게 현금을 편취당했다.
조직은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입국한 여성들을 수거책·전달책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편취한 돈을 쇼핑봉투에 담아 버스·지하철·택시를 바꿔타며 경찰의 눈을 속였다. 머물던 숙박업소에서도 가짜 이름과 외국 사이트를 사용해 수사망에 혼선을 줬다. 경찰이 조직의 뒤를 쫓는 과정에서도 '검찰 수사관이다'는 사기는 계속됐다.
김 형사는 서울과 인천공항·수원 등 수도권 일대의 CCTV를 샅샅이 뒤져가며 조직을 쫓았다. 이 과정에서 45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하며 조직의 뒤를 밟았다. 결국 사건 발생 1달 만에 중간책을 맡고 있던 중국 동포 A씨(42)와 국내송금총책 B씨(63)의 은신처를 급습해 검거했다. 59억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된 총책 C씨(64)는 중국으로 도주해 인터폴과 공조, 적색수배를 발령한 상태다.
김 형사는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영화 전문 강력계 형사'로 알려져 있다. 일본 원작 소설을 리메이크한 '용의자X'의 민범 형사(조진웅 분)가 김 형사를 모델로 한 등장 인물이다. 이외에도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발신제한'도 그의 자문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드라마 3편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김 형사는 수사에 방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라면 언제든 '오케이'를 외친다. 자신이 유명해지면 보이스피싱 수법을 홍보하는 김 형사 SNS의 '구독자'가 늘어나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비로 보이스피싱 수법을 담은 책도 냈다.
김 형사는 "SNS나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다 보니 '니가 형사냐'는 악플부터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다양한 욕을 먹는다"면서도 "그래도 제 글을 보신 한 분의 국민이라도 '이건 김 형사가 말한 사기 수법인데'라고 생각해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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