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상한 재난지원금..이재명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무능을 탓하라
문제점 알면서도 지역가입자들에 불리한 건보료를 또다시 소득 선별 기준 삼은 것에 분노
여당 중진 의원 "기재부와 복지부 관료들은 무능하고, 의원들의 치열함과 실력도 부족"
연 소득이 1천만 원이고 총재산이 8천만 원인데도 소득 상위 12%로 분류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불합리한 사례를 접한 독자들은 "월 소득이 80만 원에 불과한 데 재난지원금 못 받는 사람들 누가 책임질 건가"라며 "엉터리 선별로 갈라치기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전 국민들에게 다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보험료'를 소득 선별 기준으로 정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1인 가구는 건보료가 13만 6300원을 넘으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데, 제보자의 경우 연 소득이 1005만 원, 주택 재산액은 8100만 원에 불과한데도 건보료가 20만 원이 넘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만을 기준으로 책정하고 보험료 절반을 회사가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합산하고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 보니 지역가입자들이 직장가입자들보다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건보료를 내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탈이 많은 건보료를 선별지급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독자는 "지역보험가입자로 기준보험료보다 550원 많이 내서 지원금을 못 받게 되겠지만, 그 돈 못 받아도 원래 내 돈 아니라고 생각하면 크게 아깝지는 않은데 상위 12%보다 한참 못한 소득 및 재산 수준에서 상위 소득층으로 분류되는 게 헛웃음만 난다"고 자조했다.
문제는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는 것. 지난해 재난지원금 첫 지급 당시부터 거듭 제기돼온 문제였음에도 이번에도 정부는 건보료 기준을 들고나왔다. 집권 여당도 동조했다.
우리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정부는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을 심사한 국회 예결위에서 '건보료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저소득층 복지지원사업에 (건보료 기준을)일부 사용했는데 걸러 내는 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고소득자를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는 건보료를 얼마 내는지가 아니라 소득과 재산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는 기획재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협조를 받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가 없을텐데 결국 게으르거나 무능하다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국민재난지원을 당론으로 확정하고도 선별지급으로 선회했다면 월 소득이 80만원인데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기준을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다. 정부에만 맡긴 결과 이 사달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 전체가 대선판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는 지 아직도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면서 '경기도만이라도 100% 지급을 하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때리고 있다.
소득이 적은데도 지역가입자라서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는 바람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보면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그들만의 공방'이다.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 하는 해묵은 논쟁을 하지는 게 아니다.
선별지급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지금이라도 저소득층인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잘 챙기라는 얘기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이미 지난번 선별 지급 때도 제기된 문제인데 아직도 보완하지 않고 여전히 시빗거리를 만들고 있다니 기재부와 복지부 관료들은 무능하고, 의원들의 치열함과 실력도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관료들의 반대로 전국민지급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면 국회에서 소득 산정 기준과 방식을 더 철저하게 파고 들었어야 했다. 예결위원이나 여당 지도부 중 한명이라도 건보료로 지급 대상을 나누는 게 얼마나 불합리한 기준인지 알고 있었다면 관료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 갈게 아니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더 싸웠어야 했다.
CBS노컷뉴스 도성해 기자 holysea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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