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日 만나면 눈 하나 더 뜨고 경기.. 반드시 금 딸것"
야구 대표팀이 4일 결승 길목에서 일본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2008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외나무 다리에서 일본을 만났다.
김경문 감독은 13년 전 베이징올림픽의 멋진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준결승 상대도 일본이었다. 한국 사령탑도 김경문 감독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이승엽의 홈런 한 방으로 보냈다. 2-2로 맞선 8회 이승엽이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승엽은 이전 경기까지 22타수 3안타로 극도로 부진했다. 앞선 4회말 타석에서도 이승엽은 병살타로 물러났다.
김 감독의 인내심이 바닥을 칠 만 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이승엽을 믿었다. 그 순간 이승엽의 방망이가 터졌다. 일본을 맞아 화력이 폭발했다. 이승엽에 이어 강민호도 깨어났다. 강민호는 3타수 3삼진을 당하고 있다가 2루타를 터뜨리며 6-2까지 점수를 벌렸다. 8회까지 역투한 김광현에 이어 윤석민이 9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이후 대표팀은 리드를 당해도 ‘약속의 8회’를 기억하며 자신감을 갖는다. 이번 도쿄올림픽서도 그랬다.
김 감독은 물론 야구팬들이 지금까지도 베이징올림픽 결승서 금메달을 딴 순간보다 일본과의 준결승이 기억에 남는 이유다. 더구나 상대가 일본이라서다.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선 김광현이 준결승에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한번 갖다 쳐봐라’며 맘껏 뿌렸다”며 “그랬더니 일본 선수들이 ‘워매 기죽어’한 것 아니냐. 도쿄에서도 왼손에서 쏴줄 선수만 있으면 일본과 정면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전혀 물러날 생각없이 배수의 진을 치겠다”고 했다.
그 역할을 선발 고영표(KT)가 짊어졌다.
김 감독은 “일본은 투수가 좋다. 투수가 좋으면 야구하기 편하다”며 일본 마운드의 우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한번 결속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단단하고 특별한 무엇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일본을 만나면 다른 경기보다 눈을 하나 더 뜨고 할 것”이라며 “반드시 일본을 꺾는 것이 한국 야구의 숙명이다”고 했다. 그는 “반드시 베이징올림픽처럼 금메달을 따 도쿄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서 일본을 피해 다행이라고들 하는데 마음같아선 차라리 첫 경기부터 일본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며 “일본을 만나면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하다보니 응집력이 프로팀과 다르더라”며 “대표팀 실력이라는 게 2+2=4가 나오는 산술적인 게 아니더라며 8이 나오기도 하고 0이 나오기도 하더라”며 “베이징올림픽에선 2+2가 10이 나온거 같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20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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