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가디슈' 100만 이끈 김윤석 "새로운 도전, 뿌듯한 작품"
첫 산을 넘었다. 뿌듯한 작품으로 뿌듯한 결과를 얻어냈다.
영화 '모가디슈(류승완 감독)'가 개봉 7일만에 누적관객수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첫 100만 돌파라는 유의미한 기록을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포기하지 않고 여름시장 관객들과의 만남을 추진했고, 열렬한 지지와 응원 속 희망했던 목표를 하나씩 이뤄 나가고 있다.
'모가디슈'의 운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도전과 화합, 그리고 생존이 됐다. 영화가 다룬 실화부터 제작 과정, 그리고 개봉까지 사이좋게 같은 운명을 나누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한 배우들에게도 다를 바 없는 상황. 그 중심에는 감독을 반하게 만들고, 후배들을 뒤따르게 만든 배우 김윤석(54)이 있다.
프로젝트는 무모한 도전으로 생각됐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는 끌렸다. 또한 현실화 될 수만 있다면 한국영화의 새 지평을 열만한 작품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전에 고립된 한신성 대사처럼 4개월간 모로코에 눌러 앉아 펼쳐낸 결과물은 흡족함 그 자체다. 김윤석은 "정말 뿌듯한 작품이고, 앙상블이 빛나 더욱 좋다"며 '모가디슈' 팀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굳이 언급하기 입 아프지만 역시나 실망없는 열연은 그의 연기에 감탄하기 전 '모가디슈' 한복판에 빠져들게 만든다. 반가운 생활 연기에 캐릭터의 성질과 분위기를 진두지휘하는 강약조절. 김윤석은 "솔직히 말하면 인간 김윤석의 모습이 반 정도는 비춰진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라고, 조금 더 즐겁게 찍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터. 개인의 성과도 결국 작품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김윤석은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바이러스와 무더위에 지친 관객들에게 괜찮은 영화, 좋은 영화 한편 보여 드린다는 마음 하나로 기대감이 크다"며 "시원함을 전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자신했다.
-'모가디슈'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알다시피 다들 힘든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해서 개봉까지 오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 우리나라가 더 덥다. 이 더운 날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 한편, 괜찮은, 정말 좋은 영화를 보여 드린다는 마음 하나로 기대한다."
-배우로서 만족감도 클 것 같다.
"사실 100% 만족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며 미소지은 김윤석은 "어떤 작품도 100% 만족이란 없다. '아 조금 더 저렇게 할걸, 아 저때 저게 안 보였구나' 한사람 한사람 다 아쉬운 것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처음 '모가디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난 이 작품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한다는 것, 영상화 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때문에 어마어마한 준비를 통해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뿌듯하다. 우리나라 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나의 지평을 열었다. 발전을 했다' 생각한다."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나.
"해외 로케이션이 주가 돼야 하는데,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어마어마한 군중들과 정부군, 반군이라 칭하는 사람들까지 어떻게 구성하고 촬영할 것인지가 쉽게 상상이 안 됐다. 또 모로코라는 곳이 아프리카계 흑인 분들이 계신 곳이 아니기에 '캐스팅은 할 수 있을지, 촬영하면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될텐데?'라는 의구심이 컸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도전해 볼만 하다' 싶었던 것이고, 결국 도전하게 됐다. 무지하게 고생했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다. 감탄할만큼 준비를 많이 해 놓은 현장에 놀라기도 했다."
-모로코 현지에서 100%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맞다. 단 한 컷도 국내에서 찍은 장면이 없다. 2019년 10월 말에 가서 2020년 2월 중순에 돌아왔다. 온전히 그 속에 빠져 들어가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졌고, 낯선 외국인 배우 분들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했다. 나 자신이 캐릭터에 반 정도 이입한 것 같기도 하다. 한신성 대사가 소말리아에 떨어져 있었듯, 나도 집에서 엄청 먼 곳에 떨어져 촬영을 했다. 해외 여행을 못하는 지금 돌이켜 보면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이기도 하다."
-어려움은 없었나.
"모든 사람들이 '삼겹살' 이야기를 한다.(웃음) 아무래도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나라다보니 '못 먹는다' 생각하니까 더 먹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모로코 현지 음식들이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아 맛집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너무 훌륭하더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따로 밥차가 가기도 해 한끼는 반드시 김치와 국이 나오는 식사를 했다. '지겹지도 않았나' 싶지만 또 그립다. 뭔가 소박하고 순박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인물들과는 또 다른 캐릭터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어떤 굉장한 능력, 파워풀, 그런 재능과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의 탈출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냥 오지에 있는 대사, 서기관, 참사관, 부인 등 여섯식구가 어떤 무력적인 힘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겪어볼 수 없는 내란이 일어나 고립된 채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한다는 점이 좋았다. 배우로서도 분명 또 다른 도전이었다."
-굉장히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인간 김윤석의 모습, 저의 개인적인 모습이 반 정도는 비춰졌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우유부단하고 때로는 정의롭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내비친다. 어떤 능력보다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현명한 선택을 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더 즐겁게 찍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과는 처음 만났다.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 사실 한 두어번 정도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 등 이유로 만나지를 못했다. 그렇게 두어번 어긋나면 다시 시나리오를 주기가 그렇다.(웃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춰보자' 해서 시나리오를 건네줬고 읽자마자 흥미를 느꼈다."
"내가 그런 표현을 썼다. '저 사람은 신발을 안 벗고 자겠다.' 하하. 이 양반은 24시간을 영화 현장 속에 산다. 항상 신발을 안 벗고 잘 사람처럼 보일만큼 본인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점검하고 확인한다. 그런 모습이 '이 사람은 책상에 앉아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완전히 벌판에 나와서 타잔처럼 날아다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너무 흐뭇하고 좋았다. 긍정 에너지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현장에서는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면서 '이 장면을 이렇게 바꿔보자, 살려보자' 꼭 의논했다. '공동' '함께 작업한다' '한 식구다'라는 그런 느낌을 반드시 주는 감독이었다."
-'모가디슈'는 앙상블이 빛난 작품이기도 하다.
"조인성 배우를 비롯해 상대 측 북한 대사관의 허준호 배우는 나와 처음 만났다.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캐릭터들이 각자 자기 역할들이 뚜렷하게 있었다. 앙상블을 이뤄내면서 어느 때는 내가 나선다면, 또 다른 때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나설 수 있도록 물러나 바라봐야 하는 상황들도 있었다. 그런 조절들을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들 알아서 맞춰 나간 것이 이 영화의 최고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조인성과의 호흡은 어땠나.
"조인성 역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배우였다. '비열한 거리'를 보면서 '좋은 배우구나. 저 배우 꼭 만나고 싶다' 생각했던 것이 '모가디슈'까지 왔다.(웃음) 사석에서 두어번 정도 만난 적은 있지만 배우 대 배우로서 만나는건 또 다르지 않나. 함께 작업하며 인간 조인성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음에도 굉장한 절제력과 이성적인 태도, 그리고 담백함들이 연기에 묻어 나는 것 같다. 그의 연기가 신뢰감을 줬고, 같이 호흡을 맞췄을 땐 티키타카라고 하나? 주고 받는 것들이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서로 확실하게 받아 들였다. 호흡 굉장히 잘 맞았다."
-허준호와는 애틋한 브로맨스도 보인다.
"허준호 배우는 나에게는 선배님이다. 그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지는 않아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한다.(웃음) 평소에 내가 본 배우 허준호는 언제나 웃고 있는 사람이다. 항상 스마일이고, 말 수가 많지 않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그 분의 그런 모습들이 림용수 대사의 모습과 상당히 겹쳐있다. 나서지 않아야 할 때 나서지 않고, 반드시 나서야 할 때 나서는. 시나리오에서 보면 림용수 대사는 한신성 대사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능력있는 인물이다. 20년을 먼저 아프리카에서 터를 다져 온 사람이니까 모든 것에 자신만만하다. 그런 모습들이 허준호 배우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더라. 정말 이런 배우 분들이 오래 오래 작업을 하기를 바라고,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영화적 재미로는 카체이싱이 단연 돋보였다.
"그 차량이 실제 90년대 차량이다. 유리창도 내리면 못 올리고, 좌석도 불편했다. 정신없이 찍을 땐 몰랐는데, 찍고보니 바지에 속옷까지 구멍이 나 있더라.(웃음) 차량을 절단했다 결합한 것도 여러 번이다. 그래도 화면에서 아주 만족스럽게 나와 고생한 보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이 탈출하는 과정에 관객 분들도 공감해 주신다면 우리가 그리고자 했던 무언가를 함께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명장면이 있다면.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 남측과 북측의 사람들이 나와있었던 장면. 시끄러운 비행기 잡음들 속에서 목청을 높이다가도 밖으로 나가서는 아는 척 할 수 없었던 모습이 여전히 잔상에 남아있다."
-이 영화의 거죽을 다 걷어내고 골격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무엇일까.
"생존. 내 나이로 보면 20대 때다. 나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무언가 막 뻗어나가려고 했던 시기다. 그래서 '모가디슈' 속 상황 자체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 내 나이가 돼 돌아봤을 때 그러한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하게 되고, 과거를 넘어선 현재를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배우로서 플랫폼 변화에 대한 도전은 어떤가.
"일단 현재로서는 계획에 없다. 그렇다고 '내 뜻을 고수하겠다' 그런 문제는 아니다. 흐름이 변하면 맞추게 되고, 맞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도 작품이라면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도 작품이다. 어느 하나가 비대해지고 작아지는건 별로 좋게 생각되지 않는다. 균형 감각은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
-'모가디슈'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 영화 정말 좋다'는 입소문이 나서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시원한 영화가 될 수 있도록 일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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