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리스트' 수사 결국 빈손..시민단체 "제대로 했나"(종합)
참여연대 "검찰처럼 경찰도 유착 비리 수사 못해"
진정인 측 "내부자와 엘시티 주주로부터 확인하고 진정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엘시티 특혜분양 리스트'와 관련해 경찰이 넉 달간의 수사를 벌였지만 관련자들의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제대로 수사했느냐"며 의문을 표했고, 진정인 측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 범죄수사대는 엘시티 특혜분양 진정과 관련한 수사를 넉 달 만에 종결한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올해 3월 관련 리스트가 진정인을 통해 접수되자 명단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를 이어왔다.
진정인은 2015년 10월 엘시티 더샵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시행사가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집한 뒤 이를 유력인사에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계약금 대납 등이 있었다는 취지로 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세간에 떠돌던 128명의 이름이 적힌 것과 108명이 적힌 리스트 2개를 확보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민단체가 주장한 특혜 분양 43세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43세대는 부산지검이 앞서 새치기 분양으로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 등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도 정작 특혜 분양을 받은 세대는 기소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세대다.
두 리스트는 명단이 대부분 겹쳤고, 43세대 중에는 리스트에 없는 인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새치기 분양 등 주택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 5년이 완료돼 수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해 불기소 처분한 때가 이미 공소 시효를 3일 남겨둔 시점이었고, 지금은 이미 1년여가 흐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이 때문에 공소시효가 긴 뇌물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다.
수사 결과 경찰은 리스트 속 인물 절반가량이 실제로는 엘시티를 전혀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한 관계자는 "차명 구매나 전매 등까지 고려해 광범위하게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구매자 중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공직자들로 십여 명을 추렸지만 이들 대부분이 엘시티 미분양 상태에서 구매해 특혜성으로 보기 어려운 시점에 샀고, 시행사의 계약금 대납 등 정황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43세대에 포함된 부산시 전 고위 공직자 A씨와 이영복 회장에 대해서는 입건해 조사했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뇌물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서는 순번을 당겨준 것 자체가 뇌물이 될 수 있는지 검토했지만, A씨는 순번을 당겨 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계약금 변동 내역도 없어 이 사실만으로는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설명이 맞다면 리스트 자체가 특혜를 받은 사람의 이름이 적힌 장부라기보다는 엘시티 측이 주장해온 고객 명단에 더 가깝다고도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에 엘시티 문제를 추적해온 참여연대는 "수사를 제대로 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검찰이 첫 단추를 잘못 꿰맨 게 있고 주택법 공소시효가 완료돼 적극적으로 수사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매우 실망스럽고 경찰이 배포한 보도자료만 봤을 때는 그동안 지켜보던 시민단체가 납득할 정도 설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 처장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기업인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어긴 건 없는지 다 봤는지 의문이고, 금융계좌 추적 등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검찰과 마찬가지로 경찰도 지역 유착 비리에 대해 수사를 못 하는걸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정인 측 한 관계자는 "내부자와 엘시티 주주로부터 확인을 진정을 한 내용인데 이렇게 수사 결과가 나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사가 미흡하다고 진정인이 판단하면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수 있고, 검사가 검토 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주택법 위반 불기소를 결정한 게 부산지검이어서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추가로 밝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당시 검찰 수사팀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의심하며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최근 부산지검은 엘시티로부터 명절 선물과 골프 접대를 받은 부산시 전·현직 공무원 9명을 기소했는데, 참여연대가 고발한 지 무려 4년 만에 '늑장 기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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