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산요" 고독방에 등장한 안산..Z세대 올림픽, 소통법도 달라졌다

김지현 기자 2021. 8. 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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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안산 선수 맞아요?"

지난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한 곳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림픽 양궁 3관왕의 주인공인 안산 선수(20)가 등장해서다. '안산 고독방(특정 주제를 두고 문자 없이 사진으로만 소통하는 채팅방)'에 등장한 안산은 "안녕하산요"라는 인사문구를 쓴 사진을 공개하고, "들어가기만 하던 고독방이 생길 줄 몰랐다"며 "다들 감사하다"고 밝혔다. 직접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경기만큼이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 선수들의 태도와 소통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메달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고, 경기장 밖에서 각종 SNS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인스타 스토리로 팬들과 소통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안산과 김제덕이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혼성단체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Z세대 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팬들과 즉각적으로 소통이다. 24시간 후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을 이용해 게시물을 올리고, 인터뷰 등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언급한다.

탁구 최연소 국가대표인 신유빈 선수(17)는 평소 좋아했던 방탄소년단(BTS)의 뷔가 자신을 응원했다는 이야기에 "7초 만에 알았다"며 "SNS도 올리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경기가 있어서 참았다"고 말했다. 또 경기가 끝난 뒤에 SNS에 "(팬들 응원) 덕분에 힘내서 경기할 수 있었다"며 "조금 아쉽지만 끝난 경기는 훌훌 털어버리겠다"고 팬들에게 감사 글을 올렸다.

수영 황선우 선수(18)도 자유형 200m 결승을 마친 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행복하게 수영했다"는 감사글을 올렸다. 또 지난달 27일엔 좋아한다고 언급한 걸그룹 'ITZY' 예지의 응원메시지를 받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해당 게시물과 함께 감격한 이모티콘을 올렸다.

안산 선수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It was a good game. Thank you!"라는 글과 함께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선수단(ROC), 동메달을 목에 건 독일선수단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과거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거나 팀 차원에서 SNS사용을 반강제적으로 금지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가령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결승전 직후 김영미 선수(30)는 인기를 실감 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아) 자원봉사자와 관중들의 호응해주시는 정도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결과보다 과정…전문가들 "사회적 흐름 변화"
2020 도쿄올림픽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가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결과보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것도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선수들 모습이다. 황선우 선수는 지난달 27일 자유형 결승에서 150m까지 1위를 유지하다 마지막 50m에서 뒤처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잡힌 황선우 선수의 표정은 낙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100m까지 48초78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49초요? 정말 오버페이스였네"라며 "49초에 턴한 것만으로도 만족 하겠다"며 웃었다. 또 150m까지 선수도 나가는 동안 옆에 아무도 없어서 이게 뭔가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궁 김제덕 선수(17)도 비슷하다. 지난달 26일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그는 자신과 스무살 넘게 차이 나는 오진혁 선수(40)에게 "오진혁 잘한다!"등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개인전에서 탈락한 뒤에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찾아 뒤에서 응원을 하며 감정을 표현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태도도 다르다. 황선우 선수의 자유형 100m 결선 경기가 끝난 뒤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았다는 대학생 임모씨(23)는 "'메달색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나이가 몇인데 세계 정상이냐'는 등의 글이 많더라"며 "결과보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체조 여왕'이라 불리는 미국 시몬 바일스(24)의 기권에도 사람들은 비난보다 응원을 보냈다. 트위터에는 '그녀의 선택을 보며 나도 큰 용기를 얻었다', '정말 후련해 보여 다행'등의 글이 올라 왔다. 지난달 26일 열린 유도 73kg급 경기에선 안창림 선수(27)가 동메달을 딴 뒤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캐스터의 발언엔 시청자들이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변화한 우리 사회 분위기가 젊은 세대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메달 색에 관계없이 개수로 카운트를 한다"며 "사회가 어떤 가치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방식도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도 과거와 달리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가치관이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Z세대는) 어릴 때부터 개인주의 등을 습득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자유롭다"며 "사회가 변화하다보니 선수들의 태도도 바뀌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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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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