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란값 못 잡는 정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윤희훈 기자 2021. 8. 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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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원대에 정체된 달걀 가격이 조속히 6000원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해 달라."

양계업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입식 비용 부담 때문에 농가들이 산란계를 빨리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계속 계란을 수입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추려고 하는데, 농가 입장에선 비싼 비용을 들여 산란계를 다시 들였더니 과잉공급으로 인한 계란 값 폭락 사태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산란계 입식이 늦어지는 부차적인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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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원대에 정체된 달걀 가격이 조속히 6000원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해 달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대전의 도매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은 자리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홍 부총리가 계란가격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올 들어 세번째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뛴 계란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양계업계는 달걀을 낳는 닭은 생각하지 않고, 달걀 공급량만 생각하는 정부 대책의 한계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란값은 작년 말 고병원성조류독감(AI)이 발생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AI ‘선제적 방역’을 내세우며 살처분 범위를 광범위로 지정하고 산란계를 대량 살처분하자 계란 공급량이 급격히 줄었다. 작년말부터 살처분된 산란계는 1700만마리, 전체 사육두수의 25%에 해당한다.

달걀 한판이 1만원을 넘는 상황이 되자 정부는 미국과 태국에서 계란 2억개를 수입했다. 공급난을 해소해 계란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상반기 수입계란 2억개가 시장에 유통됐지만, 가격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란 2억개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국내 소비량으로 따지면 4일치에 불과하다”면서 “신선도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은 달걀이 아닌 달걀을 낳는 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가 종식된지 6개월이 넘은 지금도 계란값이 내려가지 않은 것은 산란계 살처분 이후 농가의 재입식(닭을 다시 들이는 것)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재입식이 늦어지는 것은 수요 증가로 산란계 가격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평년 3000원 정도에 거래되던 ‘산란계 중병아리’ 1마리는 현재 7000~8000원으로 2.5배 가량 몸값이 뛴 상태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입식 비용 부담 때문에 농가들이 산란계를 빨리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계속 계란을 수입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추려고 하는데, 농가 입장에선 비싼 비용을 들여 산란계를 다시 들였더니 과잉공급으로 인한 계란 값 폭락 사태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산란계 입식이 늦어지는 부차적인 이유”라고 했다.

또 다른 양계업계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가 닭을 찾아가 계란을 더 많이 낳으라고 격려하는 게 차라리 더 효과적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현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꼬는 것이었지만, 말 속에 뼈가 있다. 닭이 부족한데 달걀 갯수를 늘리라는 것은 아이러니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은 ‘특단의 각오’가 아니라 ‘적절한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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