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모이는 '산업의 판'..'新플랫폼 전쟁' 격랑 속으로

2021. 8. 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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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파이 확대·서비스 질 향상 순기능 불구
이해관계자 모이는 플랫폼 구조 갈등 양산
부동산중개·택시 이어 배달·숙박 등 확장
최근 변호사·의사·약사 등 전문직종 가세
급성장세 메타버스도 가상 영역 난제 부상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택시가 전화 호출 시장에 진출하자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이 골목 상권 침해라며 반발, 갈등을 빚고 있다. [카카오 제공]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 ‘강남언니’ [강남언니 제공]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 회원들이 ‘불법 로톡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라이더유니온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배달료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신구 플랫폼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백화점부터 택시·병원 등 전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 걸쳐, 플랫폼간 헤게모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세상의 모든 경제·사회를 빨아들이고 있는 ‘플랫폼’이란 용어는 평평하다는 의미의 ‘plat’과 ‘형태’를 뜻하는 ‘form’이 합쳐진 말이다. 이는 중세 프랑스어 ‘plate-forme’에서 유래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적진의 형태에 따라 대포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도록 요새 위에 깔아둔 평평한 ‘판’을 이 같이 불렀다.

오늘날 플랫폼은 서로 다른 이용자 그룹을 연결해 상품, 서비스를 거래하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판’으로 통한다. 플랫폼이 거래자 간 다양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시장의 규모와 질을 키우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가 모두 플랫폼으로 모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을 지속적으로 양산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초기 플랫폼 인터넷 쇼핑몰 분쟁부터 최근 의료·법률 등 전문 영역까지 플랫폼 갈등이 번지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한 ‘메타버스’ 등 가상 세계에서도 충돌이 예상돼 결국 플랫폼이 과거-현재-미래 갈등의 또다른 ‘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따른다.

▶네이버·카카오 “플랫폼 지배하겠다”...신구 산업간 갈등 격화 = IT업계에 따르면 플랫폼은 1995년 인터넷의 상용화에 발맞춰 등장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던 고객들과 산업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며 200년 동안 지속된 경제·산업 패러다임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초기 플랫폼은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주로 대형 백화점처럼 오프라인에 존재하던 쇼핑몰을 사이버 공간 온라인 쇼핑몰로 구축했다. 운영자가 판매자가 돼 상품을 직접 선택하고 매입한 후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이어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나 개인이 다수 참여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각종 갈등이 발생 여전히 지금도 최대 플랫폼 갈등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자상거래 분쟁신청 건수는 2026건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났다. 특히 개인간(C2C) 분쟁조정 신청이 전체 44.7%(906건)를 차지하며 전년보다 70%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이 등장하면서 플랫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여기서도 다양한 갈등들이 쏟아지며 현재도 충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도 네이버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의 갈등 끝에 10월 시행 예정이던 부동산 매물 관리 약관 변경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등록 시 집주인의 전화번호와 네이버 아이디를 기재해 네이버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었지만 공인중개사 측이 “네이버가 직접 중개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최근 3개월새만 계열사 13개를 늘린 ‘초대형 플랫폼’ 카카오 또한 플랫폼 갈등을 피해갈 수 없다. 택시업계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전화콜 1위 업체(1577 대리운전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와 손잡고 대리 시장까지 진출을 예고했다. 하지만 중소 사업자들은 카카오 등장에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앞서는 쏘카가 승차 호출앱 ‘타다’로 승승장구 했지만, 택시업계 반발과 정치권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막혀 사실상 사업을 접고 말았다.

▶택시부터 부동산 중개·배달...메타버스로도 번지는 갈등 = 이같은 갈등은 부동산 중개업, 택시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이 플랫폼으로 들어오면서 빚어진 모습이다. 여기에 배달앱, 숙박앱 등 세력을 급속도로 키운 플랫폼 사업자들까지 나오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배달앱의 경우 연간 20조원을 훌쩍 넘는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별점 테러’ 등 고객 갑질부터 배달 기사 파업, 음식점주 시위 등 각종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병원, 로펌 등 최대 전문 직종까지 플랫폼 시장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전문 서비스 플랫폼 제공자와 대한변호사협회·대한의사회·대한약사회 등 이익단체들이 맞붙으면서 이해관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안경배송업체 딥아이는 2019년 3월 도수 있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배송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게 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지만, 안경업계 반발에 막힌 실정이다. 이에 안경테와 도수가 없는 선글라스 등만 팔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력 보정용 안경은 안경사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다 딥아이 등이 도수 안경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안경사 협회 등의 반발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나아가 최근 급성장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충돌이 발생할 경우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갈등이 생겨 더 큰 난제에 부딪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사회적 심지어 정치적으로까지 패러다임 변화는 결국 기존의 시스템과 새로운 시스템 간의 급격한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갈등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이를 조율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사안 자체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물론 다자 이해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조정안을 마련하는 등 협의 내지는 방향의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일·유동현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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