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보마의 200m 은, 올림픽도 재현된 공정성 논란 [도쿄올림픽]

황민국 기자 2021. 8. 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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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2020 도쿄올림픽에선 포용과 공정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인 뉴질랜드 역도선수 로럴 허버드(43)가 올림픽에 첫 출전한 것은 포용성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 남자 역도선수로 활동했던 허버드는 이번 대회 여자 역도 최중량급(+87㎏)에 참가한다는 사실 만으로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이젠 여성이라도 성장기 시절 남성 호르몬으로 받은 이점을 누리고 있는 그가 여성과 경쟁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허버드가 인상 첫 시기부터 실패해 메달을 따내지 못하면서 불식된 이 논란은 육상에서 다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이번엔 반대로 여성 선수가 남다른 남성 호르몬을 갖고 있는 게 문제였다. 지난 3일 여자 육상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은 나미비아의 크리스틴 음보마(18)가 그 주인공이다.

2003년생인 음보마는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 200m에서 상상을 초월한 기록을 보였다. 예선에선 22초11로 통과한 그가 준결선에선 21초97로 기록을 줄이더니 마지막 결선에선 21초81로 골인했다. 특히 결선 마지막 40~50m를 남긴 상황에선 자신보다 앞서 있던 개브리엘 토머스(21초87)와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21초94) 등을 추월하는 매서운 막판 스퍼트를 뽐냈다.

찬사를 받아야 마땅한 이 질주는 음보마가 선천적으로 남성 호르몬이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세계육상연맹은 400m와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등에 출전하려면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가 5n㏖/L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주 종목이 중거리 400m인 음보마가 단거리인 200m로 눈을 돌린 이유다.

원래 캐스터 세메냐(남아프리카공화국)를 겨냥해 만들어진 이 규정은 도쿄올림픽에도 적용됐다. 세메냐는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받는 대신 규정에서 빠진 200m와 5000m에 참가했으나 아쉽게도 올림픽 출전의 벽은 넘지 못했다.

그런데 젊은 음보마는 그 벽을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들까지 위협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게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미 음보마 같은 선수가 중거리는 안 되고, 단거리는 출전 가능한 규정에 대한 의문부터 트랜즈젠더도 포용한 올림픽이 여성 선수의 기본권을 억제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나미비아 정부는 음보마가 이번 올림픽에서 중거리에 참가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공식 성명을 내보내는 한편 음보마의 개인적인 의료 정보가 비밀이 아니라 공공연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을 비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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