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재개 여전히 험로..北 '3대 선결조건'에 美 "대화 먼저"

노민호 기자 2021. 8. 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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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 광물 수출 및 정제유·생필품 수입 허용 요구"
美국무부 "외교적 관여 없는 한 유엔 대북제재도 유지된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원하는 일부 대북제재 해제 등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3대 선결조건' 내용을 국가정보원이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그 전까진 현행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북미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앉기까진 험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3일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 재개 조건으로 Δ광물 수출과 Δ정제유 수입 Δ생활필수품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올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원하는 북미대화 선결 조건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그간 대화 재개를 위해선 "미국이 먼저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해았다.

북한의 요구 사안들은 모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결의를 통해 금지한 것들이다.

북한의 주된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광물 수출을 금지하지는 조치는 지난 2017년 8월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71호를 통해 이뤄졌다.

또 북한의 정제유 수입은 안보리가 같은 해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서 연간 50만배럴로 상한선이 정해졌다. 유엔 회원국들은 매년 대북 정제유 수출실적을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보고해야 한다.

북한이 이들 2개 제재 해제를 요구한 건 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민생난 속에 '자력갱생' 주장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자인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그간 일부 전문가들로부턴 중국의 '물밑' 대북지원 등을 이유로 '제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작년 1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계속되면서 "중국의 도움을 받는 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수개월 간 북한에선 북중 간 국경봉쇄 조치의 장기화로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해온 일부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2021.8.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러나 북한이 이들 2개 제재 해제와 함께 요구한 '생필품 수입'과 관련해선 일반 주민 입장에선 생필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고급 양주·양복' 등이 대상 품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서 고급 양주 등을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사치품'으로 적시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고급 양주 등의 수입 허용을 요구하는 데는 평양 내 '특권층 관리'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독재체제의 최고지도자(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가 특권층의 '삶의 질' 유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우리 국정원이 전한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와 관련해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선 유엔 대북제재도 유지될 것"이라며 "우린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여기서 '외교적 관여'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미국)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는 우리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 북한이 우리 제안에 반응을 보이기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해온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 등을 설명해주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할 순 있겠지만, 그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등을 위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대북제재를 먼저 푼다는 건 미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선 제재 해제' 문제 등을 놓고 접점을 못 찾고 있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도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만을 위해 자신들의 '원칙'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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