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때리기에 보복..에릭슨·노키아 정조준

방성훈 2021. 8. 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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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노키아..中 통신장비 사업서 설자리 줄어
차이나모바일 5G 입찰서 비중 축소..에릭슨 최대 피해
초조해진 에릭슨 "세계 최대 시장..中, 매우 중요"
美·유럽 등 中 이외 지역선 반사이익 전망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미국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화웨이 때리기’에 맞서 에릭슨과 노키아를 상대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자국 내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사업에서 화웨이 및 중싱통신(ZTE) 비중을 늘리는 한편 에릭슨과 노키아의 참여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에릭슨·노키아…中 통신장비 사업서 설자리 줄어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차이나모바일이 지난달 진행한 5G 장비 사업 입찰에서 비(非)중국 업체의 참여 비중은 5.4%에 그쳤다. 당초 지난해 입찰에서는 11%를 할당했으나 크게 축소한 것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무선통신 사업업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은 스웨덴의 에릭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외국 기업들 중 유일하게 사업을 따내며 11% 점유율을 모두 가져갔으나, 지난달 돌연 1.9%로 사업 비중이 쪼그라들었다. 작년에는 발조차 담그지 못했던 핀란드 기업 노키아가 3.5% 비중을 차지했지만, 당초 에릭슨에 할당됐던 11%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스웨덴 정부의 화웨이 및 기타 중국 기업에 대한 자의적인 단속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정부가 지난해 10월 화웨이와 ZTE의 5G 장비 공급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350억달러 규모의 전세계 셀룰러 장비 시장은 크게 중국과 미국, 기타 나머지 국가 등 세 곳으로 나뉜다. 이 중 미국과 기타 국가 시장에선 화웨이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를 겨냥해 제재를 가하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는 국가가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스파이 행위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시하며 동맹국 등을 대상으로 중국 기업들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들이 장비에 ‘백도어’(인위적으로 만든 정보 유출 통로)를 설치해 사용자 정보를 은밀히 빼가고 있으며, 이 정보들을 중국 정부 손에 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부문 세계 1위 업체다.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의 점유율은 각각 31.4%, 10.9%로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통신 기술 패권을 거머쥐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은 지난 2019년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6월 화웨이와 ZTE를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기업으로 지정했으며, 올해는 이들 기업들에 대한 투자 또는 장비 승인을 금지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 역시 자국 내 사업에서 화웨이와 ZTE 점유율을 늘리고 에릭슨과 노키아 점유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약 60억 달러 규모의 차이나모바일 입찰에서 화웨이의 사업 참여 비중은 약 60.5%로 지난해 57.7%보다 늘었다. ZTE의 비중도 31.2%에 달했다.

(사진=AFP)
초조해진 에릭슨 “中, 매우 중요”…中이외 지역선 반사이익

중국 통신장비 시장은 지난해 미국을 누르고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등극했다. 전 세계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지난달 91만 6000개의 5G 이동통신 사이트를 구축했으며, 오는 2023년 말까지 5억 6000만명의 5G 무선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업 참여 기회가 에릭슨과 노키아에는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WSJ은 “차이나모바일 입찰에서 외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올해 가장 공격적인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과 노키아가 배제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많은 서방 국가들이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한 뒤, 이제는 중국이 화웨이의 경쟁자들을 상대로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보복에 에릭슨은 초조해하고 있다. 보르예 에크홀름 에릭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WSJ에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크다는 것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5G 사업에 참여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중요하다. (지난달) 작은 비중이라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이라며 “우리는 거기(중국)에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스웨덴 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공식화한 이후 “정부가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대한 제재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스웨덴을 떠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통신 부문 분석가인 사이먼 레오폴드는 “현재의 궤적에서 통신 산업은 동양과 서양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중국 네트워크가 2023년경 완성될 즈음엔 유럽 및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5G 네트워크 구축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화웨이 배제는 에릭슨과 노키아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화웨이 점유율이 2%포인트 하락해 20%를 기록한 반면, 에릭슨과 노키아의 점유율은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오른 35%, 25%로 집계됐다. 화웨이의 점유율이 고스란히 에릭슨에게 넘어간 셈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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