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고3 수험생과 매일 신문사설 읽기.. "문해력 키우려는 아빠의 마음"

박정경 기자 2021. 8. 4. 1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대구시 북구 매천고에서 성기홍 교사가 여름방학 보충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대구 매천고등학교 성기홍 교사

학생 일상·학습 상태 등 공유

채팅방 통해 학부모들과 소통

작가·강연자·유튜버로도 활동

학생에 다양한 진로 탐색 제공

“미디어 발달로 기초 독서 부족

수준·관심사 맞는 책읽기 필요”

“어머님, 오늘 ○○이는 학교에서 교과 학습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체육 시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땀 흘리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듯했습니다.”

언뜻 보면 유치원 교사나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 교사가 학부모에게 보낸 메시지 같다. 자녀를 기관에 보내고 걱정하고 있을 학부모를 위해, 아이의 그날그날의 컨디션, 학습 상태, 생활 태도 등을 간단한 메시지로 보내주는 것 말이다. 놀랍게도 이 메시지를 받는 학부모의 자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대구 북구 매천고등학교 고3 담임 성기홍(37·사진) 교사는 반 학부모들과 채팅방을 개설해 학생들의 일상을 공유한다.

성 교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7세 딸과 2세 아들이 있는데, 딸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때 매일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면 바로 기관에서 보내주는 오늘의 사진과 교사의 글이었다”며 “기관에서 아이가 생활하는 모습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교사에 대한 신뢰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학교생활 모습을 학부모가 파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느낌인데,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급적 자주 학생들의 일상과 학습하는 모습을 학부모들에게 보내드리는 것으로 학급 담임 및 학교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성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그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학생 스스로 역량을 개발하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는 교사로 정평이 나 있다. 성 교사는 ‘선생님’이란 직업은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방면으로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특히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진로 경험, 진로 탐색 방법,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그는 교사일을 하면서 작가, 강연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성 교사는 “제 자아실현 욕구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다”면서 “매 순간, 매일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 그 자세를 학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잠재력이 풍부한 존재이고 그 역량이 드러난 학생들도 있지만 아직 역량이 드러나지 않은 학생이 더 많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과 콘텐츠가 있는지 고민해보고 사고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릴 적부터 영어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영어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큰 만족감을 얻어 영어 교사가 됐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문해력’을 강조한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기초 독서가 부족한 요즘 학생들은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모국어를 읽고 이해하는 언어 능력이 날로 부족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독서를 매우 강조한다. 영어를 가르칠 때는 영어독서를 꼭 곁들인다.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과 관심사에 맞는 책을 스스로 선택하고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영어책 읽기를 통해서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실력이 향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3 반 아이들에게는 매일 아침 1~2개의 사설을 읽힌다. 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고3은 다양한 교과목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때 문해력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성 교사는 “매일 한두 개의 잘 정리된 논리적인 글을 6개월 이상 읽는다면 문해력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3개월째 하고 있는데, 다양한 신문사의 사설을 미리 읽고 출력하는 것이 일이긴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출력한 글을 집중하면서 읽고 요약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몇 년 후 사회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고 유능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그런 아빠의 마음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성 교사가 크게 웃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