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만 해역서 파나마 국적 유조선 또 납치..이란은 배후 부인
[경향신문]
중동의 화약고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던 유조선이 오만만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친이란 민병대가 공격 배후로 의심되고 있으나 이란은 연관성을 부인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는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항에서 동쪽으로 6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잠재적 선박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납치된 배는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 ‘알파벳 프린세스호’로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영국 타임지와 BBC는 무장 남성 9명이 알파벳 프린세스호에 승선해 항로를 이란쪽으로 변경했다면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군대가 공격 배후라고 지목했다.
알파벳 프린세스호는 UAE 두바이에 기반을 둔 회사가 소유한 배라고 BBC가 전했다. 이 선박회사는 2019년에도 보유하던 선박이 이란혁명수비대에 납치된 이력이 있다.
이란은 배후설을 부인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 사건은 이스라엘과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적대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시도”라며 “이란군과 중동의 이슬람 저항운동세력은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 해군은 이 지역에서 선박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나포된 배를 돕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도 “UAE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사건을 긴급히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이 지난달 30일 오만 해역에서 이란산 드론 공격으로 피격돼 선원 2명이 사망한 지 5일 만에 일어났다. 이스라엘, 미국, 영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됐다. 이란은 당시에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오만 해역은 세계 모든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 있다. 이란과 서방국가들의 긴장 관계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선박 나포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란은 2019년 7월 이란의 반다르압바스 항구에서 UAE 두바이로 향하던 영국 상선을 나포했다.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1억3000만달러 상당의 원유를 실은 이란 초대형 유조선을 억류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 지브롤터는 당시 이란 유조선이 시리아로 원유를 옮기는 것은 유럽연합(EU) 제재 위반이라고 나포 사유를 밝혔다. 두 선박 모두 나중에 풀려났다.
지난 1월에는 이란혁명수비대가 한국 상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이란은 표면적인 나포 이유로 해양 오염을 들었지만, 한국 은행에 동결된 70억달러어치 이란 석유대금에 대한 협상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케미호는 지난 4월 풀려났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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