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95% 정화되지 않고 하천으로..동독 평균수명 낮았던 이유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환경 보존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다 보니 당장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것입니다. 동독도 예외가 아니었고 지금의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독, 재앙 수준으로 환경오염
산업단지가 없던 지역도 환경오염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농경지에서는 농약이 남용됐고 가축사육시설에서는 분뇨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소련군이 주둔했던 부지에서는 폐수와 폐유가 무단 배출돼 독성물질이 강으로 유입됐습니다.
동독 주민들의 평균수명은 서독 주민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는데,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에 장기간 노출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됐습니다. 동독 정부는 심각한 환경오염이 공개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인지했기 때문인지 환경오염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통계를 국가기밀로 취급했습니다.
독일은 통일이 된 뒤 환경오염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 약 7만 개의 오염 의심 구역을 확인했습니다. 즉시 해결이 필요한 196개 오염지역에 대해 긴급조치에 나섰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산업시설이나 농경지, 폐기물 처리장은 폐쇄했습니다. 하천을 심하게 오염시키는 선박의 운행도 중단시켰습니다.
북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수준
북한의 환경오염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시설에서는 폐수 처리가 제대로 안 된 채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고, 가축 분뇨나 재래식 화장실에서의 분뇨도 상당 부분 토양과 하천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대도시에는 하수처리장이 있긴 하지만 시설 노후화나 전력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이 안되고 있습니다. 광산 등에서 나오는 중금속이 함유된 오염물질도 거의 그대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심각한 환경오염 지역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정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광산이나 군사지역, 영변 풍계리 같은 핵 관련 시설 주변은 오염실태를 조사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염물질을 심하게 배출하는 공장은 가동을 중지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북한 전역에 걸쳐 심각한 오염지대를 선별해내는 작업도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환경 정화는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일단 북한 지역 개발 초기부터 환경규정을 적용해, 적어도 개발 과정에서 오염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기준에 따른 인허가제, 배출규제, 형사제재 등의 방안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환경보존이 필요한 지역은 개발 과정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DMZ처럼 천연의 자연이 보존된 곳이라든가 희귀한 동식물의 번식지 등은 생태보존지역이나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해 오염도 방지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환경의식을 심어줘 환경보존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데 상당히 장기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오염 정화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원인 제공자에게 지우는 것이 맞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별다른 의식이 없었던 북한 지역에서 이 원칙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환경정화는 상당 부분 공공 차원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추가적 오염행위에 대해서는 원인제공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 추가적인 오염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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