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환이 박혔는데..'소주 1박스'로 사과한 해병대, 왜?

포항 수성사격장 실탄, 인근 경주 마을 차량 관통
軍 "빈 손이 허해서 들고간 것" 해명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포항 장기 수성사격장 사격 훈련 과정에서 총알이 인근 경주 오류리 마을에 주차된 차량 번호판을 관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인근 마을 주민들은 각종 피해 발생을 호소하며 군 당국의 무책임한 대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자신을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이장이라 소개한 A씨는 ‘소주 1박스와 국민의 생명을 바꿀 수 없습니다’라는 청원글을 게시했다.

A씨는 “오류리는 감포 고아라 해수욕장 근처의 조용한 농어촌마을 이었지만, 해병대 관리 하의 수성리 사격장이 근처에 생겨난 후 주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포탄 및 사격 소리와 진동으로 고통을 받고 살고 있는 상태”라 밝혔다.

이어 “작년 7월경 수성리 사격장에서 해병대 훈련을 대대적으로 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한 마을 주민이 자기 집 마당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가 탄환에 맞아 망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해병대와 국과수에서 나와 조사를 했다. 그런데 조사 후 해병대에서 나온 군인이 번호판을 교체해 주겠다고 하더니 소주 1박스를 주고 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주민이 탄환에 맞았으면 사망할 수도 있었는데 주민의 인명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면 도대체 소주 1박스가 무슨 뜻이냐. 술이나 마시고 화 풀고 잊으라는 것인가”라며 “국방부는 이런식으로 사고처리를 하는가. 사람이 죽었다면 소주 1박스와 향 1박스인가”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년이 지나도록 책임자의 사과도 없었고, 사고 경위에 대한 설명과 예방 조치도 없었다”라며 분노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에 더해 A씨는 최근에는 미군 아파치 헬기의 야간 사격 훈련까지 시작됐음을 전했다. 주변 마을과의 협의와 알림 없이 시작된 해당 훈련으로 주민들은 굉음 및 진동은 물론 탄환이 마을에 날아와 다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공포와 불안증세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는 “국방부의 수성리 사격장 인근 마을에 대한 안전대책과 작년 발생한 OB탄사고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 또한 안전대책 없이 강행하고 있는 수성사격장의 폐쇄뿐 아니라 헬기사격장의 이전을 결사 반대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해 수성사격장 관리 부대인 해병대 1사단 관계자는 “지난해 7월 22일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했다”며 “부대 관계자가 직접 사과를 했다. 사과 방문 때 빈 손이 허해서 소주라도 사가지고 간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사고 이후 포탄 발사 각도를 조정했으며 주변에 방호벽을 설치하고 있다.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거듭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선영 (bliss24@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