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을 건 기업 실적뿐"..델타 확산에도 뛴 美 증시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조재길 2021. 8. 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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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0.55~0.82% 상승
코로나 급증해도 실적 호조 기대로 강세
4일엔 GM·우버 등 2분기 실적 공개
클라리다 Fed 부의장, 대외 행사 참석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과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탄탄한 기업 실적이 상쇄하고 남았습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날 대비 0.80% 오른 35,116.40, S&P 500 지수는 0.82% 뛴 4,423.15, 나스닥 지수는 0.55% 상승한 14,761.29로 각각 마감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3일(현지시간) 0.82% 상승 마감했다.

개장 직후엔 확진자 수 급증 등의 영향으로 약보합세를 보였으나 점심 무렵부터 강세로 전환했습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꼽히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7.30% 하락한 18.04를 기록했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1%포인트 떨어진 연 1.19%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2월 초순 및 지난달 19일과 같은 수준입니다. 이제 1.1%대 금리에 안착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일(현지시간) 연 1.1%대로 또 속락했다. 미 재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다만 국제 유가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끝까지 유지되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9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0.98% 하락한 배럴당 70.56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로나 확산 속도 얼마나 빠르길래

미국 내 입원 환자가 지난 2월의 대유행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기준 코로나 입원 환자 수가 5만62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2월 27일 이후 처음입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세다. 다만 사망률이 확 떨어지면서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 월도미터 제공

하루 평균 신규 환자 수는 12만7976명(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주간 신규 환자가 4배 증가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입니다.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한 성인이 70%를 넘었지만 새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막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치명률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현재 바이러스에 따른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200여 명으로, 올 초 대비 10분의 1보다 적습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증시가 제한적인 영향만 받고 있는 배경입니다.

 ▶경제 봉쇄 재도입 가능성은

바이러스 확산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경제 봉쇄 여부입니다.

미국에서도 낮은 단계의 경제 활동 제한 조치가 조금씩 생겨나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시는 오는 16일부터 실내 시설에 머무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 증명서(엑셀시어 패스 등)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안전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접종률을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기업들도 적극적입니다. 서둘러 재택근무를 끝내고 정상화를 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애플, 월마트, 타이슨푸드 등은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에게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구글 등 일부는 재택근무 종료 시점을 당초 9월에서 10월로 한달가량 늦추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면적인 재봉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치명률이 확 떨어진 상태이고, 재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조기 테이퍼링 관측도 제기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빠르면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것도 증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장에선 빨라야 올해 12월부터 테이퍼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갑자기 조기 긴축 얘기가 나온 겁니다.

FOMC에 참석하는 월러 이사는 “8~9월 고용이 80만 명대로 늘어나면 테이퍼링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기 때문에 9월에 일정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럼 10월부터 채권 매입액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노동부가 오는 6일 증시 개장 직전에 7월의 비농업 신규 일자리 수를 발표한다. 전달엔 85만 명 증가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이에 따라 금주 금요일로 예정된 고용 보고서 내용이 더욱 주목 받게 됐습니다.

6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85만 명 늘어났는데, 지난달에는 78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이란 게 시장의 예측입니다. 미국 내 일자리 수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700만 명 가량 적기 때문에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Fed 내 주류의 시각입니다.

6월 실업률이 5.9%였는데, 월가에선 지난달 5.7%로 소폭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커져가는 2분기 실적 기대

결국 주가를 끌어올린 건 기업 실적이었습니다.

금융정보 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7월 한달간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88%가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 전체 기업의 순이익은 85.1% 늘어날 것이란 관측입니다. 팬데믹 발생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큽니다만 2009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개별 종목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건 증권거래 앱인 로빈후드였습니다. 개별 종목에 대한 현금 분할 매수 등이 자유롭고 매매 수수료를 징구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유용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로빈후드 주가는 이날 24.20% 급등한 주당 46.8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시간외 거래에서도 계속 뛰고 있습니다. 2013년 설립된 뒤 지난달 29일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시가총액이 벌써 39억달러를 넘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로빈후드 주가가 최근들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영업일간 27%가량 뛰었다.

의류업체인 언더아머와 랄프로렌도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돈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기업 주가는 하룻동안 6~8% 뛰었습니다. 다만 또 다른 소비재 업체인 클로록스는 실적 기대를 밑돌았고,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오는 5일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하는 제약업체 모더나 주가는 11.91% 올랐습니다. 최근 백신 공급 가격을 인상한 데 따른 실적 호조 기대가 큰 상황에서,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용 자사 의약품이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입니다.

승차공유 업체인 리프트는 폐장 직후 작년 동기 대비 2.25배 뛴 매출을 발표했습니다. 월가 예상을 상회했는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일시 급등했다 제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엇갈리는 경제 지표들

요즘 나오는 경제 지표들을 보면 경기 상황에 대한 일률적인 평가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전날만 해도 경기 둔화 조짐이 일부 있었습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9.5(7월 기준)로, 전문가 예상치인 60.8을 밑돌았던 겁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데 이어 제조업 지표까지 일부 꺾인 겁니다.

오늘 발표된 공장재 수주 실적(6월 기준)은 전달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예상치(1.0% 증가)를 웃돌았습니다.

 ▶오늘 이슈 정리 및 다음날 일정

이날 뉴욕증시는 오전에 약세였으나 오후 들어 비교적 강하게 올랐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및 조기 테이퍼링 우려가 제기됐으나 2분기 기업 실적과 경기 상승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4일엔 ADP의 민간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금주 금요일 비농업 일자리 및 실업률 공개를 앞두고 7월의 실제 고용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IHS마킷과 ISM은 서비스업 지표를 내놓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속에서 지난달 식당 여행 등 서비스업이 어떤 흐름을 보였을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4일 실적을 내놓는 기업으로는 GM 우버, AMC엔터테인먼트, CVS헬스 등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폭스 등 미디어 기업들도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Fed 인사 중에선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이 대외 행보에 나섭니다. 테이퍼링 착수 시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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