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째 1천 명..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이렇게 지낸다

신나리 입력 2021. 8. 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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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 생활치료센터에서 보낸 열흘.. 하루 4번만 방문 열기 가능, 체온·맥박 셀프, 식사는 도시락

[신나리 기자]

 
 확진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7월 21일 오후, 보건소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 신나리
 
 생활치료센터 입구에서 입소 생활과 관련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확진자들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계로 하루 두 번 자신의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
ⓒ 신나리
"OOO 보건소입니다. 7월 19일 코로나검사 결과 양성입니다."

7월 20일 오전 코로나 확진 문자가 왔다. 전날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 검사를 받은 지 20시간 만이였다.

감염경로는 가족이었다. 17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엄마와 같은 날 집을 방문했던 동생 부부 모두 18일 두통 증상을 보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가족들은 정상체온이라 코로나 보다 냉방병을 의심했지만, 모두 19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실제 최근 기승을 부리는 델타 변이는 콧물이나 기침, 두통 등이 일반 감기와 증세가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모두 발열, 기침, 콧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은 없었지만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냄새를 맡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겪었다. 후각과 미각상실은 코로나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 중 두 명은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과 얀센백신을 접종했지만, 코로나를 피하지 못했다.

확진 문자를 받은 지 30여 분 만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이날 하루 보건소 관계자와 10여차례 통화했다. 관계자는 확진자 병상배정을 위해 ▲마스크 착용, 미착용 사진 ▲자주 사용하는 카드 앞뒷면 사진 ▲이틀치 카드사용내역서 ▲이동동선을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이후 역학조사관이 직접 전화해 이동동선과 카드내역을 재확인했다. 나는 집에서 가족을 만난 것 외에는 방문한 곳이나 접촉한 사람이 없어 비교적 역학조사가 간단하게 마무리됐다. 이후 코로나 증상의 심각도와 기저질환을 확인하는 전화가 몇 차례 왔다.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바로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신규 확진자가 연일 1천명대라 잔여 병상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확진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7월 21일 오후, 서울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었다. 수도권 상황은 다 비슷했던 모양인지 앞서 코로나 확진을 받은 가족들 역시 병상부족으로 집에서 하루 자가격리를 한 후 경기도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60대인 엄마는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연령 등을 감안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립감과 불안감이 찾아왔다      
 
 생활치료센터 내부 모습. 4평 정도의 공간에서 열흘 간 격리됐다
ⓒ 신나리
 
 센터는 하루 세 번 도시락을 지급했다. 도시락을 가져올 때와 매일 한 번 의료용 폐기물 함에 쓰레기를 놓을 때, 하루에 네 번 방문을 여는 게 허용됐다.
ⓒ 신나리
생활치료센터(아래 센터)의 생활은 단순했다. 센터는 경증환자들이 머무르며, 기본적으로 몸의 면역을 통해 코로나를 이겨내도록 하고 있다. 해열제나 항생제 외에 특별한 치료나 약을 제공하지 않는다. 최소 열흘은 머물러야 하는데 무증상이라고 일찍 퇴소할 수 없다. 발열 등 이상반응이 생기면 퇴소가 늦어질 수는 있다. 방 안에 혈압계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계가 있어 하루 두 번 이를 체크하고 기록해야 한다.

센터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경기도 센터에 입소한 가족들은 입퇴소 때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서울 센터는 그렇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관할 보건소에 따라 운영기준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센터에서는 소각을 이유로 열흘간 입은 옷을 모두 두고 가게 했고, 서울 센터에서는 가지고 갈 수 있게 한 점도 달랐다. 나는 4평 정도 공간에서 혼자 지냈지만, 2인 1실의 센터에 있던 가족도 있었다.

화장지, 각종 청소도구, 침구류와 수건, 샴푸·린스와 소독용품, 손톱깎이와 라면 등의 간식은 공통으로 제공됐다. 센터에서 유제품이나 과일 등을 제외한 과자류, 캔음료 등은 개인이 택배로 신청할 수 있었다. 물건이 도착하면 센터관계자가 확인 후 식사시간에 맞춰 방문 앞에 놓아뒀다.

센터의 의료진은 매일 오전·오후 직접 전화해 이상반응 여부를 물었다. 이들은 특히 발열 증상에 신경을 썼다. 37도 이상이 지속되면 병원으로 이송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센터에서 후각·미각 상실, 두통과 저혈압 증상을 겪었다. 평소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측정된 적이 없었는데도 센터에서 종종 최고 혈압이 90 이하로 나왔다. 의료진은 혈압기를 교체해 방으로 보내주고, 영상통화로 혈압 재는 걸 확인했지만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후각·미각 상실, 기침 등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센터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고립감이었다. 문 앞에 놓인 아침·점심·저녁 도시락을 가져올 때와 매일 한 번 의료용 폐기물 함에 쓰레기를 놓을 때, 하루에 네 번 방문을 여는 게 허용됐다. 갇혀있다는 답답함에 센터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밖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일상이 그리웠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07명을 대상으로(조사 기간: 2020년 3월 5일~4월 8일) 연구한 결과 24.3%가 우울증을, 14.9%가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이 지속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정부에서도 확진자들의 심리상태를 신경썼다.

센터 입소 사흘째, '보건복지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의 심리 회복을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주야간 전화 심리상담을 받을 수도 있었고, 카카오톡을 통해 상담신청을 할 수도 있었다. 확진자와 확진자 가족, 확진자 유가족에게 제공되는 '마음건강 스스로 점검하기'를 풀고 검사결과에 따라 상담원이 전화한다고도 했다. 질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신체 증상 ▲우울증상 등으로 이루어졌다.

입소 후 5일이 지나자 어느 정도 센터의 생활이 익숙해졌다. 두통으로 타이레놀을 먹은 걸 빼면 특이 증상은 없어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다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지속됐다. 의료진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라 회복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9일째, 센터 관계자는 "내일 오전까지 별 다른 문제가 없으면 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열흘 만에 일상으로  
   
 지난 7얼 30일 열흘 만에 센터에서 퇴소할 수 있었다. 퇴소 당일 침구류, 욕실용품, 위생용품을 비롯해 쓰레기를 모두 폐기물 박스에 넣고 소독해야 한다.
ⓒ 신나리
  
 센터에 있던 확진자들은 보건소에서 생활치료센터 입퇴소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서류는 회사에 제출하거나 보험지급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신나리
퇴소 절차 때 중요한 건 쓰레기 처리였다. 침구류, 욕실용품, 위생용품을 비롯해 쓰레기를 모두 폐기물 박스에 넣고 소독 후 밀봉해야 했다. 냉장고, 화장실, 침대 모두 흔적 없이 비우며 소독했다. 퇴소 후에는 센터에서 확진자가 머물렀던 방을 한 번 더 방역했다.

퇴소 당일, 다행히 체온과 혈압 모두 정상수치가 나와 퇴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염력이 없기에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고 했다. 앞서 확진판정을 받은 가족들도 별 탈없이 퇴소했다. 열흘 만에 바깥 공기를 마셨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집 소독이다. 보건소 관계자 두 명이 직접 방문해 방역을 진행했다. 소독약을 뿌리고 방문과 냉장고 손잡이까지 모두 꼼꼼히 닦으며, 한 시간 동안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생존기간은 보통 열흘 내외지만, 집 안의 침구류 등은 세탁하는 게 좋다고도 했다.

센터에 있던 확진자들은 보건소에서 생활치료센터 입퇴소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회사에 제출하거나 보험을 신청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생활치료센터 입소환자도 의료기관 입원환자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보험지원 내역에 '입원일당'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7월 20일~2021년 7월 30일, 코로나를 겪었다. 여전히 후각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외 증상이 없다는 점에 감사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진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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