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원 드는 이재명표 기본주택..땅값 비싼 역세권에 가능할까
'재원마련'에 李 "장기공공임대주택 담보 및 공사채·펀드·ABS 가능"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박승희 기자 = "3억원짜리만 지어도 총 200조원은 필요할텐데 이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청사진을 공개한 데 대해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가 재원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한 계획과 기본주택 공급지 등 구체적인 세부계획 마련이 공약 이행에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이재명 캠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전날(3일) Δ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가구를 포함, 250만가구 이상 주택공급 Δ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도입 Δ실효보유세 1%선으로 상향 조정 Δ부동산 전담기구 설치 Δ과세이연제도 도입 Δ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을 기존에 취약계층 위주에 공급되던 임대주택에서 재정 범위와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산층을 포함해 무주택자라면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역세권 등에 살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공공임대는 13평 정도였다면 33평형까지 해서 내 가족이 평생 역세권에서 지금 금액으로 월 60만원 정도로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기본주택 100만가구를 포함한 주택 250만가구가 이미 과밀화 현상이 빚어진 수도권에 공급이 가능하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250만가구 공급에 대해 "내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물량이므로 추진에 앞서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어디에 공급할지를 정해야 하며, 신규 택지인지 노후도심의 고밀개발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기본소득토지세를 1%로 올리겠다는 주장에 대해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가시화할 우려가 있다. 기존 종부세의 연장인지 국내 주택과 토지 보유자 전체에게 부과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원마련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진형 교수는 "3억원짜리만 지어도 총 200조원은 필요할텐데 이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모르겠다.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국가가 서민들의 의식주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주택이 거주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공약"라고 비판했다.
야권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슨 돈으로 기본주택을 짓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며 "기본주택은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세금도 더 많이 걷어야 한다. 먼저 기본주택 재원이 얼마이고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그것도 땅 값이 비싼 역세권에 기본주택을 공급할 경우 공사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기본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도 늘어날 것이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이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급 지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위치는 지금으로서는 특정하기 어렵고 특정해서도 안될 일이다. 다만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연간 목표 공급량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공급의 내용을 조금 바꾼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봐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하면서 용적률을 올려주는 혜택 중에 일부를 공공주택으로 환수하게 된다. 그것을 기본주택으로 장기 공공임대로 조금씩 조금씩 전환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30평형대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가치가 10억원이지만 건설원가는 3억원인데, 이를 담보로 5억원 정도를 빌릴 수 있으니 이 자금으로 기본주택을 짓고 또 지으면 실제로는 재원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며 "5억원의 이자는 기본주택 월세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원 조달 방안으로 공사채를 발행하고 펀드 및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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