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도 '위드 코로나'?.. 전문가들 "접종속도부터 높여야"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을 1회 이상 접종받은 사람이 3일 2000만명을 넘어섰다. 2월 26일 1호 접종자가 나온 지 159일 만이다. 이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역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 논의에 대한 불을 지폈다. 코로나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진자 수에 얽매이기보다는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것에 방역의 초점을 맞추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후 치명률 1.78%→0.46%로 낮아져
송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려워 함께 살 수밖에 없다면, 독감처럼 관리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방역 체계의 전환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위드 코로나는 영국·싱가포르·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역 정책이다. 영국은 지난달 19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모임 제한 등 모든 방역 규칙을 해제했다. 싱가포르는 아예 확진자 집계를 하지 않고 대규모 집회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역시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일일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봉쇄 조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2월 3000명 수준에 달했던 사망자 수가 최근엔 1백명 안팎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줄어든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치명률은 1.78%였다. 하지만 접종이 시작된 후 치명률은 0.46% 수준으로 낮아졌다.
◇”위드 코로나, 높은 접종률 전제돼야”
문제는 우리도 외국처럼 당장 방역 조치를 풀어도 괜찮으냐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위드 코로나를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은 이르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1차 접종률은 39%, 접종 완료율은 14.1% 수준이다. 영국(70.3%·53.5%), 싱가포르(75.5%·59.5%), 미국(58.3%·50.2%)에 훨씬 못 미친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접종 순위는 세계 90위(1차 기준) 수준이다. 접종 완료 기준으로는 105위다.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원하면 언제든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지 못한 상황에서 방역 조치를 풀었다간 확산세가 커지고 사망자도 증가할 수 있다.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40~50대 중증 환자는 6월 둘째 주 20명에서 7월 셋째 주 119명으로 6배가량 급증했다. 주말 효과로 최근 다소 줄어들었던 확진자 수는 3일 1700~1800명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코로나 확산 상황을 고려해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인다고 2일(현지 시각) 밝혔다. 6월 8일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로 내린 뒤, 약 두 달 만에 다시 2단계로 올린 것이다.
국내 접종은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50대 접종이 시작됐으나, 속도는 60대 이상 접종이 전개됐던 6월만큼 나지 않고 있다. 백신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국내 접종 인력 등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하루에 최대 100만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 1·2차 접종을 합쳐 약 51만명이 접종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인프라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4차 유행과 거리 두기로 국민 피로도는 치솟고 있다. 정부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은 지난 6월 78.2%에서 지난달 89.6%로 크게 올랐다. 3월 이후 최고치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하루빨리 백신 접종률을 50~60%까지 올려, 의료 체계와 유행 상황이 안정화돼야 한다”고 했다.
2일 정부는 “5~6월 코로나 중증 환자와 사망자 중 93.5%는 백신 미접종자”라고 발표했었다. 3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이 늦어 사망자가 증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관계자는 “책임을 무겁게 간직한다”면서도 “예방 가능한 피해에 대해 가정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미래 코로나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의 부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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