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95시간 근무 불만에… 월가 초봉 1억1500만원으로 올렸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8.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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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1년차 연봉 30% 올려
지난해 말 뉴욕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 앞. 미국이 코로나 불황에서 빠르게 벗어나며 유동성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몰려 투자은행 등 금융사의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금융사 간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며 임금 인상 경쟁까지 일어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년 차 신입 애널리스트(분석가)의 초봉을 기존 8만5000달러(약 9780만원)에서 30%나 올린 11만달러(약 1억2660만원)로 조정했다고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대상은 대학 학부나 비즈니스스쿨을 갓 졸업한 1000여 명의 신입 직원이다. 2년 차 직원 연봉도 기존 9만5000달러(약 1억930만원)에서 12만5000달러(약 1억4380만원)로 올렸다. 이 회사는 추가 보너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이달 말 발표한다고 한다.

앞서 올 초 뱅크오브아메리카부터 시작해 JP모건,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바클레이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잇따라 신입 초봉을 기존 8만5000달러에서 10만달러(약 1억1510만원)로 일제히 올렸다. 골드만삭스가 다소 늦게 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했지만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 월가에 또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로고. 이 은행은 1년차 신입 직원 초봉을 1억2000만원대로 한번에 30%나 올려 "월가의 새로운 최저임금을 만들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월가에서 신입 직원의 임금을 높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미국 정부가 코로나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공급한 풍부한 유동성이 금융시장으로 몰려 급여를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 여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가 회복하면서 금융사들의 투자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업무량이 폭증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업무와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신입 직원들의 불만은 커졌다. 지난 2월 이 회사의 20대 초중반 MZ세대 신입들이 주도해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우린 평균 주 95시간을 일한다” “20시간 연속 근무를 시키니 먹고 잠자고 씻을 시간조차 없다” “이렇게 살면서 몸을 망가뜨릴 바엔 실직자가 되는 편이 낫다”는 등 노골적인 불만이 담겼다고 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을 주 80시간 이하로 조정해달라” “임원들에 비해 주니어 연봉이 너무 낮으니 격차를 줄여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도 했다고 한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골드만삭스 경영진에게선 당초 “입사 첫해부터 연봉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기류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월가는 물론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기업까지 뛰어들어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MZ세대의 불만을 방치했다간 젊은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경영진은 결국 임금 인상을 선택했다.

젊은 직원들은 이 외에도 코로나 팬데믹 중에 입사, 고립된 환경에서 기계처럼 일하면서 선배·동료로부터 업무 노하우나 인맥 등을 전수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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