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체제 인사는 갑자기 사망하고 올림픽 출전 선수, 폴란드로 망명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를 27년째 통치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의 독재에 저항해온 해외 거주 반체제 인사가 실종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BBC와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기반을 둔 벨라루스 인권단체 벨라루시안 하우스의 대표 비탈리 시쇼프(26)가 3일(현지 시각) 집 근처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온 그는 루카셴코 정권의 탄압을 피해 탈출한 동포들을 위해 숙박을 제공하고 법률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키예프 경찰에 따르면 그는 전날 운동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겨 실종 신고가 들어온 상태였다. 시신 발견 당시 휴대전화 등 소지품은 전부 없어진 상태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발견 당시 시쇼프의 시신은 숲속에 매달려 있었는데, 경찰은 자살을 위장한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시쇼프는 최근 조깅을 할 때 낯선 이들로부터 추적을 당해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는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으나 취임을 강행했다. 이후 반정부 인사와 비판적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벌였고, 이웃 우크라이나·폴란드·리투아니아 등으로 망명이 잇따랐다. 향후 경찰 조사 결과를 통해 시쇼프의 죽음이 타살로 드러날 경우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방국가의 각종 경제 제재를 받은 루카셰코 정권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밀착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반체제 자국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26)를 체포하기 위해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가던 아일랜드 라이언 항공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키기도 해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한편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벨라루스의 단거리 여성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누스카야(24)가 강제 귀국 위기에 처하자 폴란드가 망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는 루카셴코가 통치하는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동생 국가’로 여기며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벨라루스 반정부 인사들의 망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는 “코칭 스태프의 지시를 거부하는 등 심리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치마누스카야에게 귀국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벨라루스 반정부 인사들은 치마누스카야가 작년 8월 대선 당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다 정권에 밉보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마누스카야는 강제 귀환 직전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공항 경찰에 도움을 청해 빠져나왔으며 망명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폴란드가 적극 나선 것이다. 폴란드 외교부는 2일 치마누스카야에게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파벨 야블론스키 폴란드 외무차관은 “우리는 치마누스카야가 원한다면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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