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통일부, 폐지론 왜 나오는지 돌아보라

안용현 논설위원 2021. 8.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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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옹호하고 퍼 줄 궁리 하다 13년 전에도 없어질 뻔
4년간 같은 헛발질 반복… 그러니 존재 이유 의심받아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가 나선 남북 회담에선 기이한 장면이 많았다. 우리가 쌀과 비료를 주는 회담인데도 큰소리는 북한이 쳤다. 2006년 장관급 회담에서 북은 “(김정일의) 선군 정치가 남측 안전을 도모해주고 있다”며 쌀 50만t을 달라고 했다. 2007년 회담 때는 통일부 장관이 북 대표에게 ‘미안’을 연발했다. “이번엔 (만찬을) 간소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시내 참관) 시간이 없어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당시 회담장 주변에선 ‘쌀을 못 줘 미안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북이 빈손으로 돌아간 건 북핵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북은 우리 국민 세금인 남북협력기금 1조여 원을 맡겨둔 제 돈인 양 내놓으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빚이라도 진 듯 쩔쩔매거나 퍼 줄 궁리만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때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권 탄압, 불법행위의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지역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권의 보편성을 무시한 궤변이었다. 북 기습으로 국군 6명이 전사한 제2 연평해전에 대해선 “방법론에서 우리가 반성해 볼 과제”라는 말까지 했다. 이런 북 대변인 노릇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헛발질이 쌓이면서 통일부 폐지론이 불거졌다.

지금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은 북 리선권과 회담하면서 “말씀 주신 대로 역지사지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리선권이 “역지사지 같은 말 하지 말라”고 쏘아붙이자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후임은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를 “바보 같다”고 했던 사람이다. 그는 북이 금강산의 우리 국민 재산을 철거하겠다고 하자, 북의 다른 개발 사업에 돈을 대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지금 장관은 한미 동맹이 ‘냉전 동맹’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미 동맹을 “냉전 유물”이라고 비난하는 건 주한 미군 철수를 원하는 북·중 세력이다. 그는 김정은이 ‘핵보유국’을 다시 강조하자 “폭탄이 떨어져도 평화 외치자”고 했다. 국민 생명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할 장관 입에서 꿈같은 소리가 나왔다. 우리 국민이 맞을 백신도 없는데 “부족할 때 나누는 것이 진짜 나누는 것”이라며 북에 백신을 주자고도 했다. 노 정부 장관들보다 더하다.

지금 통일부는 김여정이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4시간여 만에 “준비 중”이라고 했다. 통일 교육 교재를 발간하면서 북한 도발과 인권 관련 내용을 대폭 삭제했다.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독재’ 등 북이 싫어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서 뺐다.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문도 닫았다. 그래 놓고 북 인권 부서를 두고 세금을 쓰고 있다. 2018년 ‘남북 정상에게 전달할 희망 사항’을 받으면서 예시문에 “군대 가기 싫어요”를 넣기도 했다. 김정은에게 ‘군대 가기 싫다’는 말을 전해 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국세청이 ‘세금 내기 싫다’는 글을 올린 셈이다. 김여정 등이 ‘한미 훈련 하지 말라’고 협박하면 “군사적 긴장 조성 안 된다”며 맞장구를 쳤다. 2일에도 그랬다. 북한 대변하고 퍼 줄 궁리나 하는 통일부를 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 13년 전처럼 통일부 폐지론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다.

통일부가 없어질 뻔했을 때 한 보수 인사는 “남북 문제 특성상 외국에 이 말 하고, 북한에 저 말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국정원이나 외교부가 한 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지금도 이 말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역할이라면 통일부 조직과 예산을 현재의 3분의 1로 줄여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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