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함께 영화 볼 사람 구해요
최근 왓챠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영상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왓챠 파티’ 기능이 인기다. 호스트가 되어 채팅방을 열듯 파티를 개설할 수도 있고, 이미 개설된 파티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한 콘텐츠를 랜선 너머 누군가와 동시 감상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최근 개설된 파티가 30만개를 돌파했고, 200만명 가까운 이들이 ‘함께’ 영상을 감상했다.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같이 왓챠 파티를 할 파티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세상 편히 소파에 깊숙이 기대 앉아 혼자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안락함을 포기하고, 자판을 붙잡은 채 멈춤이나 되돌리기도 자유롭게 못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파티’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코로나 시대’에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콘텐츠 감상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다. 이는 철저히 개인화한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본질적 속성 중 하나는 취향과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본 콘텐츠에 대해 맹렬하게 리뷰를 읽고, 쓰고, 코멘트를 남기며, 수다를 떠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수많은 디지털 플랫폼이 이런 사후 소통과 교류를 활발하게 했음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경험의 ‘동시성’이다.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순간 다른 사람도 재미있어하고, 내가 무서움을 느끼는 순간 옆의 누군가와 그 공포를 함께 느끼는 경험은 코로나와 함께 아득한 옛일이 되어버렸다. ‘왓챠 파티’의 인기는 아마도, 우리가 그와 같은 동시적 감정 교류와 소통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왓챠 파티의 인기 콘텐츠에서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처럼 팬층이 두꺼운 예능은 팬들이 모여 함께 재잘거리며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전’ 같은 공포 영화도 인기가 많은데, 왓챠 파티로 공포 영화를 감상한 한 이용자는 “혼자 못 볼 영화였는데 함께 본다는 느낌에 다행히도(?) 끝까지 봤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왓챠 파티의 인기를 보면서,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꿔버렸지만 콘텐츠를 감상하며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은 바꾸지 못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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