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68] 여수 통장어탕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1. 8.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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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통장어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장어 계절이다. 여름철이면 갯장어나 민물장어가 대세다. 붕장어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는데도 말이다. 사철 잡히다 보니 귀한 줄 모르고, 늘 먹을 수 있으니 뒤로 밀린다. 마치 고향에서 늘 부모님 곁을 지키는 며느리보다 어쩌다 명절에 찾아와 용돈 주고 선물 사 오는 며느리가 더 사랑받는 것과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부모님 곁에서 문안을 살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티도 나지 않는다. 붕장어가 꼭 그런 며느리를 닮았다. 여름철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맛이 떨어지고 잡히지도 않는 갯장어와 달리 붕장어는 사철 큰 변화가 없다.

여수 통장어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또 붕장어는 뱀장어처럼 회귀성 어류가 아니다. 섬 주변 연안에서 어민들과 함께하는 ‘바닷장어’다. 붕장어를 ‘해대려’라 소개한 ‘자산어보’에서 ‘맛이 해만려보다 좋다’고 했다. ‘해만려’는 뱀장어를 말한다. 뱀장어와 달리 몸 옆줄을 따라 흰 점이 있고, 주둥이가 뾰족하고 이빨이 날카로운 갯장어와 달리 뭉뚝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 이 장어 삼총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다. ‘조선수산개발사’를 보면, 뱀장어 어업은 청일전쟁 전후, 갯장어 어업은 1900년 이후, 그리고 붕장어 어업은 더 늦게 이루어졌다.

건조 중인 장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붕장어는 멸치나 오징어를 넣은 통발을 줄에 엮어 잡는다. 이 몸줄 길이는 100㎞에 이르며 통발도 1만여 개가 달린다. 통발을 바다에 넣고 올리는 데만 각각 7, 8시간이 걸린다. 선원만 해도 대여섯 명이 필요하다. 이런 전문 장어잡이 배만 아니라 부부가 소박하게 통발 수백 개로 조업을 하기도 한다. 붕장어는 여수뿐 아니라 통영, 고흥 일대에서 많이 잡힌다. 여수에는 통장어탕 외에 장어탕, 양념구이, 소금구이 등이 있다. 통장어탕은 손질한 장어를 통째로 토막 내서 끓이지만, 장어탕은 추어탕처럼 갈아서 조리한다. 구이는 붕장어를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쓴다. 여수 국동에는 옛 포구에 장어탕 집이 몇 곳 모여 있다. 비싼 갯장어도 좋지만 여름 보양식으로 붕장어도 영양이나 맛 모두 손색이 없다.

장어 통발.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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