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내 노래 수익, 흑인 위해 썼죠"

임규민 기자 2021. 8. 4.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미상만 아홉 차례 받은 미국 컨트리 음악의 거장 돌리 파튼(75)이 유명 흑인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을 기리기 위해 흑인들이 거주하는 낙후 지역에 자신이 번 저작권 수익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파튼은 1992년 휴스턴의 최대 히트곡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I will always love you)’의 원곡자다.

미 컨트리 음악의 거장 돌리 파튼이 2014년 6월 영국의 대표적 음악 축제‘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환히 웃으며 노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파튼은 미 유명 심야 토크쇼 ‘와치 왓 해픈스 라이브(Watch What Happens Live)’에 출연해 “2012년 휴스턴 사망 후 그를 기리기 위해 그가 리메이크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의 저작권료 상당액을 테네시주 내슈빌 흑인 주택가 인근 스트립몰(상점과 식당이 늘어선 단지) 투자에 썼다”고 밝혔다.

1992년 영화 ‘보디가드’에서 휴스턴이 부른 주제곡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4주 연속 1위를 하고, 1994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받는 등 당대 최고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74년 원곡을 직접 쓰고 부른 파튼 역시 1990년대 1000만달러(115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파튼은 “휘트니가 이 노래를 부르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차를 몰고 있었는데, 그의 노래가 너무 완벽해 깜짝 놀라 차를 망가뜨릴 뻔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파튼은 이날 토크쇼에서 “흑인들은 휘트니의 사람들이자 내 사람들이기도 하다”며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최고 단지가 됐다. 이 단지는 휘트니가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휘트니와 꼭 한 번만이라도 함께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를 불렀다면 좋았을 텐데... 그는 나보다 이 노래를 훨씬 잘 불렀다”며 작고한 휴스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그를 치켜세웠다.

파튼은 이날 구체적인 단지 투자 내용과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매입한 단지 인근에서 거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투자로 낙후했던 이 지역 생활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고 전했다.

가수 이외에 사업가로도 성공한 파튼은 수차례 선행과 사회 공헌을 해 분열된 미국 사회를 어른으로서 보듬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5세 이하 영유아들을 위한 독서 후원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아일랜드까지 아우르는 범세계적 사회 공헌 사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4월엔 미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 개발에 참여 중인 테네시주 내슈빌 밴더빌트대 의료진에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를 쾌척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파튼이 코로나 백신 퇴치에도 공헌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파튼은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서 “흑인 목숨은 당연히 소중하다”며 흑인 편에 섰다. 그가 바이블 벨트(보수적 색채가 강한 기독교 강세 지역)이자 공화당 텃밭인 테네시주 출신 백인이면서 ‘보수적 백인들의 음악’으로 인식되는 컨트리 가수였기 때문에 미 사회에서 더 크게 주목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CBS방송의 토크쇼에서 “파튼에게 자유메달(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등급 훈장)을 수여하지 않은 것은 (재임 중) 큰 실수였다. 파튼이 이미 자유메달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