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이중구속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1. 8. 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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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중구속'(double bind)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처하도록 하는 소위 모순적인 '이중메시지'를 말한다.

이 말은 원래 1950년대 그레고리 베이트슨과 동료들이 조현병(schizophrenia) 가계에서 발견되는 모순적인 의사소통을 설명하는 용어로 제안한 것으로 지금은 '권위자-대상자'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이나 혼란을 설명할 때도 흔히 사용된다(위키백과). 예를 들어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평소 "네가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아무것도 바랄 게 없어"라고 말하던 부모가 막상 자녀가 기대보다 낮은 성적을 받아왔을 때 화를 내면서 "이걸 성적이라고 받아왔어"라고 질책하면 아이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직장인들도 상사의 이중메시지를 접할 때 힘들어한다. "기탄없이 얘기해달라"는 상사의 말만 믿고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더니 오히려 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거나 어떤 아이디어를 내든 결국 상사가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다면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는 좌절감을 경험하기 십상이다. 권위 있는 대상의 모순적인 메시지는 상대방을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하고 정서적 혼란과 불안감을 초래한다.

아쉽게도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러한 이중메시지로 인한 혼란이 적지 않다. 일례로 2021년 8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체계가 새롭게 변경되면서 5인 이상 모임금지가 8인 이상 모임금지로 완화되고 백신접종자는 모임금지 인원을 계산할 때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4차 유행이 시작됐고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인 4단계가 시행됐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는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당국의 곤란한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전례 없는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많은 이가 안전문제로 불안해하는 때 권위를 가진 방역당국이 짧은 시간에 2가지 다른 메시지(방역단계 완화 의도와 실제로는 더 엄격한 방역단계 적용)를 내보냄으로써 많은 이에게 인지 부조화(dissonance)와 정서적 혼란을 경험케 한 것은 아쉬운 일임이 분명하다.

이중메시지는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해당 부처의 설명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주택 관련 불안의 주요 원인이 공급물량 부족이라기보다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과도한 상승 기대심리와 실거래 띄우기와 같은 불법행위"에 의한 것이라 진단하고 현재 집값이 최고점이기 때문에 조정될 가능성이 높으니 부동산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러한 부동산 매수 억제 메시지가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반복됐지만 그때마다 실제 부동산 시장은 그 반대로 작동했고 유례없는 전세대란을 포함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결과로 귀결됐다. 비록 정부의 메시지 자체가 비일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메시지와 실제 결과 간에 모순이 반복됐기에 많은 이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권위 있는 주체의 메시지는 일관성이 있고 실제 경험과 부합될 때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해당 메시지에 대한 수용성 또한 높아진다. 비일관적이고 현실과 부조화를 양산하는 메시지가 반복되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담은 메시지라고 하더라도 혼란과 불안을 가중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점점 더 강력한 메시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중적인 메시지는 현재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게 하고 사람들의 불안과 피로감을 증폭한다는 점을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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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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