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디코드+] 미·중 둘다 승자, 주변국만 패자?.. 시총 50조달러 돌파한 미국, 투자자 몰리는 중국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8.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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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디코드+’는 조선일보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의 ‘네이버 프리미엄’용 별도 기사입니다. 매주 수요일 나옵니다.

미국 주식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50조 달러(약 5경7545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2004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7월27일 시장조사회사 퀵팩트세트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습니다.

각국 주식의 시가총액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퀵팩트세트에 따르면, 미국 주식의 시가총액은 7월 23 일 기준 50조200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미국 시가총액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8%로 2010년 말(30.7%)보다 13.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한편 중국의 비중은 같은 기간 5.3%에서 9.3%로, 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시총 규모는 미국이 중국의 4.7배였지만, 같은 기간 비중의 증가율은 미국이 42.7%, 중국이 75.5%로 중국이 훨씬 높았습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유럽은 24.2%에서 16.8%로 7.4%포인트, 일본도 7.8%에서 5.9%로 1.9%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장기금리 안정을 배경으로 미국에서 IT주 상승이 눈에 띈다. 미국주가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로 조정을 받고 있는 중국주와 차이를 벌리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 1강 양상이 부각되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러면 중국과의 경제패권 전쟁에서 미국이 승기를 잡은 것일까요?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더 사들이고 중국 주식은 던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싸움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의 발전에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월14일 “해외 투자가들의 중국 주식·채권 보유액이 최근 1년간 40% 증가해 8000억달러(약 921조원)를 넘었다”고 썼습니다. 중국과 미국·국제사회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의 속도로 중국 주식·채권을 사들였다는 겁니다.

미·중 충돌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죠. 미 당국은 미국에 상장한 중국기업의 회계감사를 강화하고,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침해 등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디디추싱 등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에 더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중국 주식을 353억달러 순매수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49% 증가한 것입니다. 프랑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아그리콜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는 지난 1년간 중국 국채도 750억달러 이상 매입했는데요.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우선 ‘주식·채권 국제 지수에 위안화 자산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영국 지수산출회사인 FTSE 러셀은 지난 3월 자사의 국제채권지수에 중국 국채를 편입시킬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죠.

파이낸셜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중국 채권은 계속 순매수세입니다. 해외 투자자의 중국 주식·채권 보유액은 8060억달러로 1년 전의 5700억달러에서 41.4% 증가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주식은 기술주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다른 업종을 찾을 때 좋은 대안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자국에서 규제 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합니다.

중국 국채의 수익률이 미국 국채보다 높은 것도 여러 요인 중 하나일텐데요.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위안화 상승으로 연결됩니다. 중국 중앙은행이 7월 9일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낮추기로 하면서 중국의 금융긴축 정책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고, 이런 분위기가 중국 채권의 매입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물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준율을 내린 것은 중국 정부가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지요.

미국 주식의 시총이 처음 50조달러를 돌파하는 등 미국의 위세가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느냐’ 하면 꼭 그런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돈이 과거보다 더 빠르게 중국으로 몰리고 있으니까요.

미·중 패권 경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진 않겠지요. 한쪽의 승리로 끝날지, 아니면 세계가 미·중을 축으로 분리되면서 이들 양쪽의 힘만 더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기업·투자자들이 어떤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할 지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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