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셰이크 자라서 임대료 내고 살아라"..팔레스타인 주민들 "거절"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강제 추방 위기’ 4가구 소송
대법원, ‘마지막 거래’ 제안
팔 “거주·소유권 인정해달라”
이스라엘 재판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갈등의 중심지인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셰이크 자라 주민들에게 ‘마지막 거래’를 제안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현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으면 셰이크 자라에 대한 유대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원고들은 재판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이 셰이크 자라 소유권 결정을 미루고 대체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셰이크 자라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매년 땅을 소유한 이스라엘 회사 나할랏 시몬에 가구당 1500세켈(약 53만원)의 임차료를 내는 조건으로 이들에게 안정적인 거주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재판을 담당한 이츠하크 아미트 판사는 7일 이내에 제안 사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팔레스타인의 거주권과 이스라엘의 소유권을 교환하라는 제안이자,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주권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란 통보로 해석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거주권뿐만 아니라 소유권도 인정받기를 바라며 사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게다가 현지 언론 하레츠는 법원이 제시한 합의안에 따르면 집 한 채를 공동으로 넘겨받은 다음 한 가구에만 거주권이 보장된다는 점과 유대인 소유주가 재개발을 추진할 경우 이들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셰이크 자라에서 퇴거를 강요받은 팔레스타인 네 가구가 이곳에 대한 자신들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고 이스라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셰이크 자라를 병합하기 직전 요르단이 이 땅을 자신들에게 양도하려 했다며, 이를 증명할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하급심에서는 “원고가 1948년 이전 유대인들이 소유했던 땅에 집을 지은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나가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일으켜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한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며 그곳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켜왔다. 현지 인권단체 이르아밈은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 200가구가 퇴거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간 셰이크 자라 소유권이 사적 분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퇴거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 셰이크 자라 소유권과 관련한 소송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차례 제기됐으며, 재판부는 그간 유대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월 11일간 이어진 이·팔 무력 충돌도 이스라엘 경찰이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당초 대법원은 5월에 셰이크 자라 소유권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려 했으나 양측의 충돌이 격화될 것을 우려해 재판을 석 달 가까이 미뤄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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