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2546차례 출동했는데 실제 화재는 11건..왜?

윤희일 선임기자 2021. 8. 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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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소방본부,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잇단 '헛출동'

[경향신문]

충남 공주소방서 소방차가 지난해 11월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하고 있다(위 사진). 충남소방본부 관계자가 화재감지기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센서가 열·연기 잘못 감지해
한여름 밀폐공간 오류 잦아
자동신고시스템 1632곳 대상
‘기계·관리 부실’ 원인 분석 중

충남소방본부는 올해 상반기 충남지역 공장·건물 등의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이뤄진 화재 신고는 총 2546건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 불이 난 사례는 단 11건(0.4%)에 불과했다고 3일 밝혔다. 나머지는 모두 화재감지기가 오작동해 소방차가 ‘헛걸음’ 출동을 한 경우였다. 충남소방본부는 오작동 원인 찾기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차는 일단 출동하게 된다”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가다가 바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헛걸음 출동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동화재속보설비는 화재 상황을 감지해 119에 자동으로 신고해주는 시스템으로, 화재감지기와 연결돼 있다. 화재감지기는 일정 온도 이상의 열을 감지하는 ‘열감지기’와 일정 농도 이상의 연기를 감지하는 ‘연기감지기’를 통해 화재 발생 여부를 감지하게 돼 있다. 열이나 연기를 잘못 감지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화재감지기의 오작동 원인은 지금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거론한다. 화재감지기의 오작동은 무더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데,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공간의 실내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 화재감지기가 이를 화재로 잘못 인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장마 등에 따른 높은 습기로 전기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잦다.

쌓인 눈이 녹으면서 물기가 건물 내부 등으로 스며들어 겨울철에도 오작동에 의한 신고가 많다. 화재감지기에 붙어 있는 먼지가 센서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화재감지기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이나 연기가 아닌 화재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의 양을 통해 화재를 감지하도록 하는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송원석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상황분석팀장은 “화재감지기의 오작동으로 인한 잘못된 화재 신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소방차의 헛걸음 출동을 줄이기 위해 우선 화재감지기 오작동의 근본 원인을 찾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팀장은 “도내 16개 소방서와 합동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설치된 공장·건축물 등 1632곳을 대상으로 오작동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을 정밀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화재감지기의 성능 개선이 시급하다면 관련 업계에, 관리 쪽에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면 건물주 쪽에 각각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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