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犬의 고장' 오수에 지자체 첫 반려동물 장례식장

글·사진 박용근 기자 2021. 8. 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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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실군 ‘오수 펫 추모공원’
장례지도사가 화장 돕고
납골당·수목장 등도 갖춰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전국 처음으로 자치단체가 조성해 지난 1일 문을 연 공립 동물장묘시설인 ‘오수 펫 추모공원’ 전경.

지난 2일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자리잡은 ‘오수 펫 추모공원’ 3추모실. 두 명의 장례지도사가 안락사돼 실려온 유기견 ‘하늘이’의 화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장례지도사 박초이씨는 “장례식장이 문을 연 뒤 1호 장례”라며 “유기견은 주인도 없고 이름도 없어 여기서 ‘하늘’이란 이름을 지어줬다”고 말했다.

오수 펫 추모공원은 지난 1일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을 연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이다. 임실군이 오수면 금암리 일대 3만㎡ 부지에 50억원을 들여 지었다. 납골당과 수목장도 갖췄다.

국내 반려동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0여만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반려동물 수는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동물들이 생을 마감하면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처리 방법은 세 가지다. 사체를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내놓거나 동물병원에서 안락사시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화장을 시키는 것이다. 화장이 가장 위생적인 방법이지만, 수도권의 화장률은 8%대에 그친다.

대부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불법으로 매장하는 게 현실이다. 동물장묘시설이 확충돼야 하지만, 혐오시설로 여겨져 전국의 사설 동물장례식장은 56개에 불과하다.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립시설은 오수 펫 추모공원이 유일하다.

오수면에 대형 추모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의견(義犬)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불길에 휩싸인 주인을 구하고 죽은 의견 설화가 전해지는 고장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오수면에는 의견공원과 반려동물 놀이터, 캠핑장 등을 갖춘 의견관광지가 있다. 심민 임실군수는 “전국 어디에도 들어서지 못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오수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반려동물도 아름답고 고귀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공감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임실이 국내 반려동물 화장문화를 정착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 (주)동물사랑 김성호 대표는 “ 동물현충원을 조성해 마약견과 군견, 수색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숭고한 일을 하다 목숨을 다한 동물들을 기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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