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원자재 가격 '고공행진'..하반기 인플레 우려 커져
폭염에 외부 요인까지 겹쳐
정부, 추석 전까지 총력 대응
성수품 공급 확대·수입 늘려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가 정부의 전망과 달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작황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밥상물가가 치솟은 가운데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좀체 내리지 않고 있다. 물가가 4개월째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범위(2%)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은 소비자물가가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5월(2.6%)과 같은 수준으로 뛰었다고 집계했다. 체감물가는 더 올랐다.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장바구니 물가지수’라고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실제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던 달걀, 마늘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쌀(14.3%), 돼지고기(9.9%), 국산 쇠고기(7.7%) 가격도 올랐다. 하반기에도 폭염 피해로 가축이 폐사하고 과일·채소류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이미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대부분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올해 6월 서울 지역 기준,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김밥(9.9%), 냉면(5.6%), 자장면(5.3%) 등 7개 품목은 1년 전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다소비 가공식품 28개 중 18개 품목은 1월에 비해 가격이 올랐다. 특히 고추장(8.4%), 즉석밥(7.4%), 참기름(5.5%)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배럴당 70달러대 중반까지 오른 국제 유가는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대부분 국가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석유류 및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마저 1.7% 올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7년 8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급 측 영향이 컸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만 잡히면 물가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수요 측 요인이 큰 개인 서비스 물가마저 오르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저효과 등으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낮아질 수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민간소비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전까지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도록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석 성수품 공급 규모 확대 및 조기 공급, 수입물량 확대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계란은 9월까지 2억개를 수입하고, 추석 기간 중 가격 안정을 위해 소고기는 평시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 공급되도록 출하 시기를 조정할 예정이다. 배추·무 비축 물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추석 전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은 최대 2배까지 확대하고 추석 16대 성수품 공급도 예년보다 일찍 늘릴 계획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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