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교원 기획 9편] "보조기기·인력 지원 안 돼..행정 시스템 접근 어려워"
[EBS 저녁뉴스]
장애 교사들이 차별과 편견 속에서 담임이나 보직에서도 번번이 제외된다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업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보조기기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 등도 장애인을 배려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금창호 기자가 장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학급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체 장애인 백승진 교사.
오른팔 사용이 힘들어 왼손으로만 각종 업무를 하던 도중, 지체 장애인을 위한 '한 손 키보드'가 있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곧바로 인천시교육청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한 손 키보드를 받지 못했습니다.
백승진 교사 / 인천 부평공고
"본청에서는 지원을 이런 걸 따로 하고 있지는 않다, 문의를 해 보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시고 거의 6개월 정도가 흘렀죠."
수소문 끝에 한국교직원공제회를 통해 10개월 만에 기기를 지원받았지만 결국 활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백승진 교사 / 인천 부평공고
"사용법 설명서에는 다 영어로 나와있고,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판 배열이랑 완전히 다르고 손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거의 사용 안 하고 방치하고 있어요."
장애 교사들은 행정업무 시스템에서도 장애 교사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특히, 시각 장애인 교사들은 지난해 처음 도입된 K-에듀파인 사용에 애를 먹었습니다.
화면 내용을 소리로 바꿔주는 '스크린 리더' 사용이 안 되는 등 필요한 만큼 환경 개선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입 전, 교육부가 이들과 함께 몇 차례 자문회의를 열었지만 장애 교사들은 이미 프로그램의 틀이 잡힌 상태여서 적극적인 개선이 힘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류창동 교사 / 서울 서연중
"임시로 화면 낭독 프로그램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까지 그 몇 달 동안은 정말 예전에는 손쉽게 하던 일들을 매번 업무 지원인께 맡겨야 한다든지. 굉장히 번거로운 상황이 지속됐었고요"
수업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를 듣는 것도 장애 교사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청각 장애인들은 문자 통역을 요청해도 지원이 되지 않아 사비를 들여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최별 교사 / 인천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시간당 2만 2,000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그래도 한 2시간 들으면 금방 한 4만 원 이상 빠져나가니까"
결국 원하는 연수를 선뜻 신청하기도 어렵습니다.
최별 교사 / 인천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지원 받지 못하거나 잘 듣지 못하는 것들이 지금은 별로 차이가 안 나는데 시간이 지나면 격차가 생길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10년 차, 20년 차다운 청각 장애 특수교사가 될 수 있을까…"
장애 교사들은 이 같은 불편함 없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을 때 더 많은 장애 학생들이 교사의 꿈을 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편도환 정책실장 /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자신들도 진로 탐색을 할 때 선생님도 될 수 있고 그러한 자신감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로 인해서 제약이나 제한을 받지 않고 충분히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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