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측 변호사 정철승 "어떤 한국 남성도 박원순 젠더 감수성 능가 못해"
"물론 죽음은 그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어떤 남성도 박원순에게 가해졌던 젠더 비난을 피할 방도가 없었을 거라는 얘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도서 '비극의 탄생'에 대해 "나라면 '박원순조차 이렇게 죽었다…' 또는 '모르면 죽을 수도 있는 직장 내 젠더 리스크 사례집'이라고 제목을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철승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의 이 책은 직장, 조직 생활을 하는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모든 남성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등 공인들도 당연히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단언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나는 중요 사건을 준비하면서 관련 문헌과 논문 등을 먼저 숙독하곤 한다. 일단 사건의 내용을 철저히 파악해야 하고, 상대방보다 지식에서 앞서야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고 박원순 시장 관련 행정소송과 형사고소를 준비하면서 손병관 기자의 '비극의 탄생'을 읽고 있다. 한번 읽었던 책이지만 시험 공부하듯 밑줄을 쳐가며 한 문장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려고 한다. 어떤 문장 한 줄이 사건의 성패를 가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 나라를 반년 가까이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치고 박원순 시장 사건을 객관적이고 상세히 개관할 수 있는 문헌이나 기사는 놀랄 정도로 없었다. 손병관 기자의 책을 제외하고는 국가인권위 결정문 정도가 가장 상세한 기록일 정도로 사건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부실했다"며 "손병관 기자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을까 싶을 정도로 박 시장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 및 인권위결정은 피해자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손 기자 책이라도 없었다면 박원순은 역사 속에 변태 위선자로 박제화되어 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듣기로는 손 기자는 '비극의 탄생'을 출간하고 프로 2차 가해자로 낙인찍혀 언론계에서도 왕따 당하고 심지어 자신의 직장에서도 험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책도 많이 팔린 것 같지는 않은데…"라며 "책 이름을 잘못 지은 잘못도 크다고 본다. '비극의 탄생'은 뭔가 신파조이고, 사건의 성격을 비극이라는 어정쩡한 말로 규정했다는 미진함이 있으며, 그것을 탄생이라는 밝은 느낌의 말과 결합시켜 뭔가 어색한 느낌도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그 어떤 남성도 고 박원순 시장의 젠더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음에도 그런 박원순조차 그렇게 죽었다. 물론 죽음은 그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어떤 남성도 박원순에게 가해졌던 젠더 비난을 피할 방도가 없었을 거라는 얘기"라며 "박원순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이 어떤 식으로 박원순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상세히 알아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정 변호사는 "비슷한 사건 같지만, 나는 안희정 지사의 사건은 여하튼 안 지사가 잘못했고 나라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사건은 도저히 그렇게 자신할 수가 없다. 오히려 나라면 훨씬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려졌을 것만 같다"며 "내내 두려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모든 분들, 특히 박 시장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든 상관없이 모든 남성들에게 필독을 강력하게 권한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앞서 최근 정 변호사는 "박원순이 우리 사회에 비친 헌신과 공헌의 빚을 우리 사회를 대신하여 그 가족들에게 갚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공익활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고 박원순 시장은 젊고 유능한 변호사로서 상당한 부와 안정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1994년 전업 시민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부터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족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시민운동의 대부 박원순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익활동이기 때문에, 내가 의뢰인들로부터 보수를 지급받고 수임했거나 의뢰받은 업무들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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