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중복 청약 '크래프톤'에 겨우 5조 몰려.. 흥행 '참패'

경쟁률 7.8 대 1 불과.. 카뱅 10분의 1 
공모가 고가 논란에 인기몰이 '실패'

크래프톤 IPO(기업공개)를 위한 공모주 일반 청약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은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5조 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상장 과정 내내 시달려 온 '고평가' 논란은 역대 2위 규모의 '초대형' 공모란 평가가 무색한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3개 증권사에서 진행된 크래프톤 일반 청약의 통합 경쟁률은 7.79 대 1이었다. 증권사 3곳에 들어온 청약 증거금은 총 5조358억 원으로 청약 건수는 총 29만6,539건이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공모주였음에도 증거금 규모는 앞선 대어급 종목들을 크게 밑돌았다. 역시 중복 청약으로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9,000억 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 원)와 비교해 매우 저조한 성적이었을 뿐 아니라, 중복 청약이 막혔던 카카오뱅크(58조3,000억 원)에는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공모 금액이 크래프톤(4조3,098억 원)의 1%도 채 안 된 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256억 원)이 같은 날 모은 증거금(5조5,291억 원)에도 밀리는 수준이었다. '초대형 공모'란 타이틀이 무색한 결과다.

높은 공모가(49만8,000원)가 흥행 참패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크래프톤 청약 최소단위인 10주에 필요한 증거금은 249만 원(증거금률 50%)으로, 앞서 카카오뱅크(19만5,000원)의 약 13배에 달했다. 증권사 3곳에 모두 최소 청약 증거금을 넣을 경우 총 747만 원이 필요했다. 일각에선 일반 청약 미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오는 10일 코스피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직행)'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크래프톤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43%에 이르는데, 지난 5월 상장 당일 하락 마감한 SKIET(24%)보다 높은 비율이다. 최근 중국의 게임산업 규제 우려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