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감독의 '언니 리더십' [도쿄 레터]
◆ 2020 도쿄올림픽 ◆
2020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 1라운드 경기를 하루 앞둔 3일. 대회가 열리는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 위치한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 연습 그린에서 만난 한국 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박세리 감독의 머릿속에는 선수들밖에 없었다.
5년 전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 여자부 첫 감독을 맡아 박인비의 금메달을 합작한 경험이 있지만 여전히 감독의 무게감은 무겁고 복잡했다.
"5년 전에도 그랬지만 내 존재가 선수들에게 무겁거나 부담스러우면 안 되죠. 나는 감독이라기보다 선수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매니저이고, 고민을 들어주는 언니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메달 기대감에 부담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걱정해 "최선을 다하자"는 말 이상은 하지 않았다. 또 뜨거운 한낮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는 김효주에게 다가가 1시간 넘게 우산을 씌워주며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게 돕기도 했다.
박 감독이 말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가장 다른 점은 환경이다. "여기서 최우선은 '코로나19'를 피하는 것이죠. 그래서 한국에서부터 항균 물티슈, 코에 뿌리는 바이러스 차단제 등을 다 준비해 왔어요." 자칫 대회를 앞두고, 또는 대회 중에 불상사가 생긴다면 그대로 짐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 자율에 맡겨 각자 자신의 루틴에 맞게 훈련 일정을 짜도록 했다. 코스에서 실전 경험을 중시하는 김세영은 첫날 오전 일찍 출발해 18홀을 돌았고 박인비, 고진영, 김효주 등은 퍼팅 그린에서 시간을 최대한 보낸 뒤 하루에 9홀씩만 도는 개별 훈련을 했다. 박 감독은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음식도 환경도 너무 좋지만 혹시나 좀 더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지 몰라 계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박 감독의 역할은 자신이 얘기한 대로 매니저, 언니, 엄마 같은 것만이 아니다. 김세영은 "감독님이 너무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각자 컨디션에 맞게 훈련할 수 있도록 풀어주면서도 뭐가 필요한지 꼼꼼하게 챙겨주신다"며 "무엇보다 '박세리'라는 분이 주는 분위기는 정말 든든하다. 외국 선수들도 한국 대표팀이 정말 잘 준비됐고 너무 지원을 잘해준다며 부러워한다"고 귀띔했다. 스스로 선수들을 최대한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 박 감독. '사진 한번 찍자'는 요청에도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선수들이 주인공이니 사진은 안 찍는다"며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는 곳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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