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기초진료 보장하는 '건강보험' 마련될까

김지숙 2021. 8.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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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조정훈 의원 '반려동물진료보험' 법안 발의 초읽기
중성화·예방접종 등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보험 형태
동물도 보험가입을 통해 예방접종·중성화 등의 기초 의료를 보장 받도록 하는 ‘반려동물진료보험법’이 발의를 앞두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도 앞으로 사람의 국민건강보험 같은 기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동물진료비 관련 여러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최근에는 반려동물 기초 진료 보장보험 법제화 논의가 시작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반려동물진료보험법안’은 반려동물 예방접종·중성화 등을 공적 보험으로 보장하고, 보험 가입료 일부를 정부·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현재 서울시, 경기도 남양주시 등 일부 지자체가 반려견 보험가입 등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동물진료비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은 처음이다.

정부가 주체가 되는 ‘공적 보험’ 발의

이달 법안 발의를 앞두고 지난 달 28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간담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동물보호단체, 소비자단체, 수의사회와 손해보험협회 등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10여명이 참가했다.

조 의원이 공개한 법안 초안은 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주체가 되고, 민간 보험사가 보장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책보험 형태다. 반려인이 해당 보험에 가입하면 기초 의료를 보장 받고, 보험가입료 등을 지원 받게 된다. 동물의 건강·진료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현재 농림부가 소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인 가축질병치료보험과 비슷하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법안에서 보험 가입 반려인은 5가지 기초 진료를 보장 받는다. 보장 내용은 △예방접종 △구충제 △건강검진 △중성화수술 △기타 농림축산부 장관이 정하는 진료 등이다. 반려인 보험 가입료의 30%는 정부·지자체가 지원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반려동물이 필요한 장애인은 추가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진료비 지급 방식은 기존 의료 실손보험과 동일하다. 반려인이 먼저 지불하고, 보험사에 청구하면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조정훈 의원은 “반려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동물의 진료비도 반려인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지만, 국내 보험회사의 보험 가입률은 1% 미만으로 저조하다. 반려인들이 흔히 ‘보험 드느니 적금 붓는다’고 하는 말은 결국 보험이 핵심적 치료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반려동물 기초 의료 보장보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반려동물 의료비에 세금을 쓰는 것에 대한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이미 농작물재해보험이나 냉방비 지원처럼 국가가 공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세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 반려가구 600만 시대에 충분히 공적으로 논쟁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체가 되는 ‘공적 보험’ 발의

동물보호단체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입법간담회에 참석한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최근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반려인 87%가 정부의 저소득층 중성화 수술 지원에 동의했다. 이런 공적 보험은 진료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을 포함시키게 된다.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반가운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시장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일부 보장 대상에 대해서는 보험이 아닌 다른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지훈 손해보험협회 본부장은 “10년 전부터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왔지만 현재 반려동물 보험 시장은 15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려동물진료보험법이 시장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예방접종, 중성화 등은 보험이 담보하고 있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보험이 보장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하다슴 NH농협손보 농업보험개발팀장도 “중성화나 예방접종은 보험보다는 지원 사업 방식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조정훈 의원은 “반려동물진료보험법이 동물에 관한 각 종별, 나이별 데이터를 마련해 동물 복지를 더욱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의사회에서는 법안 마련에 앞서 진료비 실태 조사 등을 통한 진료항목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같은 질병이라도 동물병원에 따라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진료행위는 정해진 것이 없다. 혈액검사, 변검사, 엑스레이 등 어떤 항목을 포함할 지는 병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현재 진료비와 관련해 여러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진료항목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진료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진료비 실태 조사를 투명하게 실시하고, 진료항목을 표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료 표준화가 보험 활성화 할 것”

조정훈 의원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반려동물진흥원’(가칭)이란 전담기구를 농림부 산하에 설치해 진료보험에 필요한 진료표준화, 질병코드화, 진료비 실태 조사 등을 연구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조정훈 의원은 “보험사들이 반려동물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기초 데이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진료보험법이 마련되면 각 종별, 나이별 데이터가 축척되고 기업으로서도 상품을 설계할 자료가 마련돼 관련 시장이 더욱 활성화하고 동물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안은 8월 중 발의해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것이 목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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