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짝퉁 윤식당'에 속지 않는다..'바라던 바다'·'우도주막' 1%대 시청률 못 면하는 이유

김지혜 기자 2021. 8. 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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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tvN <우도식당>(사진)과 JTBC <바라던 바다>는 연예인들이 경관 좋은 휴양지에서 임시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는 나영석 PD표 힐링 예능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tvN 캡처


배경은 노을이 황홀하게 부서지는 휴양지, 유명 연예인 여럿이 모여 가게를 차린다. 손님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대접하는, 장사를 위한 일련의 노동을 해내는 연예인들의 일과가 화면을 채운다. 셰프부터 보조, 응대까지 출연진의 캐릭터를 살려줄 확실한 역할 분담은 필수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비슷한 시기 방영을 시작한 tvN 월요 예능 <우도주막>과 JTBC 화요 예능 <바라던 바다>는 <윤식당> 등 나영석 PD표 ‘힐링 예능’의 구성을 충실히 따른다. 코로나19로 악화된 제작 여건, 이미 검증된 맛집의 레시피를 그대로 빌려오겠다는 ‘안전한 선택’이 엿보인다. 그러나 혁신 없는 모방은 ‘안전’일 수 없다. <바라던 바다>와 <우도주막>은 각각 방영 5주차,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1%대 시청률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바라던 바다>는 연예인들이 라이브바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윤식당>식 구성에, 가수 이수현, 온유 등 출연진이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JTBC <비긴 어게인>의 콘셉트를 섞었다. JTBC 캡처


두 프로그램은 모두 나영석표 힐링 문법에 저마다의 ‘한 방’을 더해 나름 차별화를 꾀했다. <바라던 바다>는 연예인들이 라이브바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윤식당>식 구성에, 가수 이수현, 온유 등 출연진이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JTBC <비긴 어게인>의 콘셉트를 섞었다. 더불어 예능에서 보기 힘든 배우 김고은을 ‘바다 지킴이’로 내세워 수중에서 ‘시클린’(바다 청소)을 하는 모습 등 환경친화적인 요소를 덧붙인다. <우도주막>은 가게의 성격을 ‘주안상을 봐주는 민박집’으로 정하고, 손님을 신혼부부로 제한했다. <윤스테이>에 ‘술’과 ‘신혼부부’라는 콘셉트를 더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차별화 시도가 각 프로그램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나 PD 예능인 줄 알고 봤는데 ‘짝퉁’이었다” “유행하는 예능 포맷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짬뽕한 것에 불과하다” 등 나영석표 예능과 비교하는 비판이 이어진다.

<윤스테이> <삼시세끼> 등 나영석표 힐링 예능은 일상의 자연스러움과 업무의 프로 의식 사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특유의 편안함을 빚어냈다. <바라던 바다>와 <우도주막>에서 고유의 재미를 발견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이 같은 편안함을 기준으로 비슷한 구성의 두 프로그램을 평가한다. 유튜브 영상으로 급하게 조리법을 익히거나 즉흥적으로 매대를 빌려다 꾸미는 <우도주막>엔 프로 의식이 결여돼 있고, 출연자 간 ‘케미스트리’ 없이 요리와 음악, 시클린 등 각자의 역할 수행만 중계하는 <바라던 바다>엔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는 식이다. 아무리 탁재훈과 문세윤이 특유의 유머로 어색한 분위기를 띄워도(<우도주막>), 블랙핑크 로제까지 가세해 감미로운 공연을 펼쳐도(<바라던 바다>) <윤식당>표 힐링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그저 산만한 군더더기처럼 느껴질 뿐이다.

앞서 tvN <어쩌다 사장>이 장사와 힐링을 섞은 나영석표 예능 문법을 빌려오면서도, 시골 마을 가게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라는 고유의 재미를 만들어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예능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어려워진 만큼, 기존에 성공했던 예능 패턴에 몇 가지 특징을 가미하는 식의 안전한 프로그램이 줄잇고 있다”면서 “각각의 고유한 서사와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안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바라던 바다>는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 이지아, 김고은 등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웠으나 방영 5주차까지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JTBC 캡처
<우도주막>은 <윤스테이> 콘셉트에 ‘술’과 ‘신혼부부’를 더해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tvN 캡처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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