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갈등 중심지 셰이크 자라의 운명은?..이스라엘 법원, "임대료 내고 살아라"

윤기은 기자 2021. 8. 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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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열린 동예루살렘 이스라엘 정착촌 셰이크 자라의 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재판에 출석해 있다. 예루살렘|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재판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갈등의 중심지인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셰이크 자라 주민들에게 ‘마지막 거래’를 제안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현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으면 셰이크 자라에 대한 유대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원고들이 재판부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소유권 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이 셰이크 자라 소유권 결정을 미루고 대체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셰이크 자라에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매년 땅을 소유한 이스라엘 회사 나할랏 시몬에 가구당 1500세켈(약 53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이들에게 안정적으로 거주할 권한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재판을 담당한 이츠하크 아미트 판사는 “어느 한쪽의 승리 없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원한다”며 7일 이내에 제안 사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팔레스타인의 거주권과 이스라엘의 소유권을 교환하라는 제안이자,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주권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란 통보로 해석된다. 최종 결정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거주권뿐만 아니라 소유권도 인정받기를 바라며 사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게다가 현지 언론 하레츠는 법원이 제시한 합의안에 따르면 집 한채를 공동으로 넘겨받은 다음 세대는 형제 중 한명만 거주권이 보장된다는 점과 유대인 소유주가 재개발을 추진할 경우 주민들에게 퇴거를 요청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셰이크 자라에서 퇴거를 강요받은 팔레스타인 네 가구가 이곳에 대한 자신들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고 이스라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셰이크 자라를 병합하기 직전 요르단이 이 땅을 자신들에게 양도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증명할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하급심에서는 “원고가 1948년 이전 유대인들이 소유했던 땅에 집을 지은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나가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셰이크 자라의 소유권 문제의 시작은 제1차 중동전쟁이 일어났던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요르단은 유대인이 살던 셰이크 자라를 점령해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땅을 임대했다. 이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점령하며 셰이크 자라를 탈환했지만, 그곳에서 살아오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셰이크 자라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도 셰이크 자라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경찰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제 퇴거시켜왔다. 현지 인권단체 이르아밈은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 200가구가 퇴거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1일간 이어진 이·팔 무력 충돌도 이스라엘 경찰이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낸 사실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당초 대법원은 5월에 셰이크 자라 소유권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려 했으나 양측의 충돌이 격화될 것을 우려해 재판을 세달 가까이 미뤄왔다.

셰이크 자라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지정학적 영토인 만큼 소유권과 퇴거 문제를 이스라엘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간 셰이크 자라 소유권이 사적 분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퇴거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 셰이크 자라 소유권과 관련한 소송도 2000년대부터 수차례 제기됐으며, 재판부는 그간 유대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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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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