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팀와이퍼 (1) "자동차 관리의 시작은 세차 아닌가요"

권명관 2021. 8. 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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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명관 기자]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지난 2017년 6월 개관한 서울창업허브는 입주기업을 위한 사무 공간 등을 제공하는 창업 보육 기관입니다. 서울시에 위치한 창업보육센터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스타트업 관련 정책과 정보를 종합화하고, 기존 각 센터에서 제공하던 공통·중복된 기능을 통합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중앙정부, 민간, 지자체 산하 창업기관 등 주관부처나 사업목적에 따라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창업지원정책과 창업관련 정보를 하나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창업허브는 작년부터 변화를 꾀했습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죠. 사실 그동안 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양적 성장에 치중했습니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전국에서 창업하죠. 하지만, 숫자에 집착한 양적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성적표와 같은, 1년짜리 성과보고는 경쟁력을 잃었죠. 지속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 즉, 질정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스케일업팀은 SBA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5개 기업을 선정해 소개하고, 성장에 필요한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소개한 기업은 팀와이퍼(대표: 문현구)인데요. 지난 2015년 설립한 팀와이퍼는 자동차 세차를 필두로 자동차 통합 관리 플랫폼을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세차는 하잖아요?

“자동차 관리의 시작은 ‘세차’라고 생각했습니다. 카카오톡을 떠올렸죠.”

팀와이퍼 문현구 대표가 서비스 소개를 시작하며 꺼낸 말이다. 무슨 뜻인가 싶었다. 자동차 관리? 세차? 그리고 갑자기… 카톡?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2009년 국내에 애플이 아이폰3Gs를 출시하며 모바일 시대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앱이 등장했다. 앱은 하나의 제품이자 서비스로 작용하면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카톡이다”라며, “카톡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간단하게 생각했다. 카톡은 모바일 경험 중 기본 기능 중 하나인 문자를 대체했다. 그리고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사용자를 확보했고, 점차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스케일업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팀와이퍼 문현구 대표(좌), 출처: IT동아)

이후 이어진 문 대표의 말은 간단하지만, 꽤 진중한 의미를 담았다. 스마트폰 이전, 휴대폰을 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통화나 문자를 하기 위해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과 다르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통화와 문자는 기본 기능이다. 그게 본래 사용 목적이고, 휴대폰을 사용했던 경험이니까.

심지어 카톡은 건당 얼마씩 내던 문자 서비스와 달리,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자는 이전부터 사용하던 기본 기능이었고,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문자 대신 카톡을 이용했다. 그리고 점차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할 수 있는 것들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화보다는 카톡으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사진을 찍어 보내더니, 이제는 동영상도 카톡으로 보낸다. 사용자들이 카톡에 머무는 시간은 점차 계속 늘어났다.

팀와이퍼가 세차를 통해 확장하고자 하는 이유, 출처: 팀와이퍼

카톡에 변화가 찾아왔다. 설치는 공짜였는데, 점점 유료 서비스가 늘어났다. 사용자는 카톡에 익숙했고, 하나씩 늘어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가. 어느새 우리는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고, 돈봉투를 보낸다. 몇 백원하던 이모티콘 구매를 아까워했지만, 이제는 카톡 속에서 수십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한다. 카톡으로 시작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문 대표는 자동차 세차가 카톡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서비스(타이어 교체, 자동차 보험, 수리/정비, 중고차, 세차 등) 중 카톡 같은 서비스. 사용자가 자동차 서비스 중 가장 자주 이용하는 것을 찾았다. 그게 바로 세차다. 운전자라면, 세차는 누구나 한다. 최소 한달에 1번은 세차한다. 좀더 심도있게 조사한 결과, 세차 이외 자동차 관리 서비스는 다 합쳐도 연간 3회 정도 이용하지만, 세차는 연간 15회 정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자동차 관리 서비스와 세차 서비스의 연간 횟수 비교, 출처: 팀와이퍼

여러분은 세차, 어떻게 하시나요?

문 대표는 사용자들이 이미 자주 이용하는 세차 서비스로 사용자 확보에 나섰다. 어떻게 세차하는지부터 파악했고,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자동세차를 필두로 손세차, 출장세차, 셀프세차로 나눴다. 그리고 세차할 때 사람들이 귀찮아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렇게 하나씩 소구 포인트를 찾았다.

생각에 잠긴 팀와이퍼 문현구 대표, 출처: IT동아

가장 먼저 손세차에서 찾은 포인트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 세차장을 찾아가야 하고, 가끔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2016년, 배달을 붙였다. ‘할일해라, 내가간다, 손세차장’이라는 키워드로 배달 손세차를 시작했다. 여기에 세차 전/후 사진을 제공해 혹시 모를 거부감을 없앴다.

배달 손세차 서비스, 출처: 팀와이퍼

배달 손세차를 직접 서비스하며 찾은 또 하나의 포인트는 업주 입장이었다. 손세차장 업주는 찾아오는 고객을 관리하고 싶어했다. 매출과 예약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없을까 고민했고, 주문도 온라인으로 받기를 원했다. 세차장 관리 시스템, 일종의 세차장 전문 ERP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량번호와 같은 고객 정보를 통해 통계를 분석하고, 매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세차장 관리 시스템, 출처: 팀와이퍼

출장세차는 온라인 비대면을 강조했다. 2018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사내벤처 튠잇과 기술제휴해 고객으로부터 키를 받지 않아도 고객 차 문을 열고 실내 세차를 하거나 차를 세차장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비대면 출장세차, 출처: 팀와이퍼

셀프세차, 공간을 제공하다

셀프세차 서비스로 확장했다. 팀와이퍼는 현재 앞서 소개한 배달 손세차, 세차장 관리 시스템, 출장세차 보다 셀프세차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며 쌓은 경험과 현장에서 찾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찾은 팀와이퍼의 셀프세차는 장비 대여에 따른 지불이 아닌, 공간과 시간 대여에 따라 지불한다.

전통적인 셀프세차는 장비를 대여하는데 비용을 지불한다. 잠시 운전자가 되어 셀프세차를 떠올려보자. 먼저 차를 운전해 셀프세차장으로 이동한다. 앞서 방문한 사람이 많아면 대기해야 한다. 자, 자리가 났다. 차를 안으로 주차한 뒤, 5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넣고 고압수를 뿌린다. 이제 폼건을 뿌릴 차례. 역시 5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넣고 거품을 낸다. 거품을 닦기 위해 다시 고압수를 뿌리려고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 기계 앞세 선다.

앞선 셀프세차 경험은, 각 장비를 이용하는데 매번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지불 방식도 대부분 500원짜리 동전, 현금이다. 간혹 매장 내 카드를 이용하는 셀프세차장도 있지만, 많지 않다. 오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있는데, 만석이면 대기도 해야 한다. 미리 예약하면 얼마나 좋을까. 야외 셀프세차장의 경우,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이용하기도 어렵다.

온라인/모바일 결제를 통한 예약 시스템과 현장 키오스트 모습, 출처: 팀와이퍼

팀와이퍼가 셀프세차에 찾은 소구 포인트다. 야외보다는 실내 세차장을 만들고자 했고, 대기시간을 없애고자 온라인/모바일 예약 시스템을 갖췄다. 하나 더, 지불방식을 바꿨다. 셀프세차 베이마다 이용할 수 있는 시간(최소 30분)을 지정해 요금을 책정했다. 장비를 바꿀 때마다 계속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에 대한 요금을 내는 형태다. 무슨 노래를 불러도 상관하지 않는, 마치 노래방처럼 말이다.

기존 셀프세차장의 단점을 찾아 개선한 와이퍼의 셀프세차장, 출처: 팀와이퍼

셀프세차를 구축하는 형태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대형 셀프세차장(독립 시설)을 포함해 주유소 등의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해 셀프세차장을 운영하는 부속 시설형, 정비소 내 손세차장을 셀프세차장으로 병행 이용하는 시설 공유형 등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정확히는 업주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반영한 결과다. 부속 시설형은 주유소의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시설 공유형은 낮에 손세차장으로, 직원이 퇴근하는 밤이나 주말에 셀프세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어 유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셀프세차는 2018년 구의점 오픈을 시작으로 2021년 6월 기준, 운영 중 6곳, 공사 중 6곳, 협의/계약 중 8곳으로 늘어났다.

와이퍼 구의점 내부 공사 전(좌), 공사 후(우) 모습, 출처: 팀와이퍼
와이퍼 공세점 내부 공사 전(왼쪽 상단), 공사 후(우측 상단, 좌측 하단) 모습, 공사 후 외부(우측 하단) 모습, 출처: 팀와이퍼

문 대표는 “구의점 오픈 이후 시장 반응이 좋았다. 야외가 아닌 실내라는 점, 깔끔 내부 디자인, 시간을 정해 마음 놓고 세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객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여담이지만 멀리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방문하는 고객이 있어 사업을 지속하는데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세차… 다음은 자동차 관리 플랫폼?

팀와이퍼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종합적인 자동차 관리 플랫폼이다. 문 대표는 미팅 초반 세차는 어디까지나 이를 위한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트래픽과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뜻이다. 다만, 대화를 나눌수록 세차 서비스, 그 자체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장사 잘되는 셀프세차장을 체인점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2015년 설립해 어느새 6년차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차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실적, 매출로 보여줘야 할 때다. 다행인 것은 셀프세차 출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외비에 가까워 공개할 수 없지만, 당일 미팅에서 확인한 매출 지표는 분명 의미있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만, 그렇다고 처음 생각한 사업 모델과 지금의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지 않기를 바란다.

  • 다음 [스케일업 X SBA] 팀와이퍼 기사에서는 팀와이퍼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해결하고 집중해야 하는 BM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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