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증 부담 너무 커"..4세대 실손보험 가입 '반토막'

전선형 2021. 8. 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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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신규 판매 전년 대비 60% 줄어
할증 부담에 오히려 3세대로 몰려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급증하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내놓은 ‘4세대 실손보험’이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하면 무려 절반 이상 떨어졌다. 기존에 실손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4세대 전환율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4세대 상품 특징인 병원 이용량에 따른 할인ㆍ증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4년만에 새 상품 출시했지만, 결과는 ‘외면’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DB손해보험ㆍKB손해보험ㆍ메리츠화재) 손해보험사의 지난 7월 기준 실손보험 신규 판매량은 총 5만21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7월 대비 63.2%가 줄어든 수치다. 전환가입자까지 합한 7월 실손보험 판매는 6만2607건이다.

실손보험은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모두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이다. 민영보험이지만 가입자가 무려 38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실손보험은 현재 총 4개의 상품이 존재한다. 지난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 실손보험과 2017년 4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 지난 6월까지 판매한 3세대 착한실손보험 그리고 지난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실손보험이다.

네 가지 상품은 각자 특징이 있는데, 1세대와 2세대의 경우 보험료는 다소 비싸지만 자기부담금(1세대 기준)이 없고 갱신주기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로는 병원비 부담이 다소 적은 셈이다. 3세대 착한실손보험은 보험료가 1ㆍ2세대 대비 획기적으로 낮아진 대신 자기부담금을 올리고 갱신주기도 1년으로 줄였다.

4세대 상품은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4년 만에 내놓은 상품이다. 손해율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가는 차등제를 도입한 것이다. 만약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면 다음해 보험료가 5% 수준이 할인되지만, 반대로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네 배 수준까지 오른다.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4세대로의 전환율 기존과 큰 차이 없어

애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과 기존 보험의 높은 보험료가 부담인 가입자들이 4세대 보험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소비자들이 4세대 보험의 ‘할인’ 기대감보다 ‘할증’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4세대 보험은 신규 가입자도 적었지만, 전환도 미미했다. 1세대에서 4세대로 갈아탄 수는 5678건, 2세대에서 갈아탄 수는 4545건, 3세대에서 갈아탄 사람은 276건으로 기존 전환율과 비슷하거나 줄었다. 사실상 기존 보험을 계속 유지했다는 소리다.

특히 ‘할증되는 실손보험이 나온다’는 소식에 그간 실손보험이 없던 사람들이 3세대 보험에 대규모로 가입을 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맞았다. 실제 6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의 지난달 6월 실손보험 판매량은 60만2840건으로, 지난해 전체 손보사의 실손 판매건수(59만건)를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7월부터 실손보험 손해율 부담에 판매 인수 기준을 높이며 판매에 소극적인 것도 한몫했다. 일부 보험사는 최근 2년간 진료 경험이 있거나 각종 보험금 합산액이 일정액을 넘을 경우 가입을 거절하는 등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합산비율)은 123.7%에 달했다. 이 중 1세대 손해율은 136.2%로 가장 높았으며, 2세대가 120.6%, 3세대도 무려 115%나 됐다. 손해율은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말하며, 손해율이 100%가 넘게 되면 보험료 100원을 받고 보험금으로 100원 이상을 줬다는 것이다. 인건비 등의 사업비를 고려하면 보험사는 사실상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세대와 2세대 상품은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으니 의료쇼핑이나, 나이롱 환자가 많아 손해율이 높다”며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를 조금씩 인상했으나 손해율을 줄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4세대를 만들었지만, 1ㆍ2세대 가입자 전환율은 큰 변동이 없었다”며 “더 이상 손해를 감당하기 어려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더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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