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 의사과학자 절실하지만 국내 양성 트랙 제한적"

김민수 기자 2021. 8.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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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2021 국감 이슈 분석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장기간 축적돼온 기초과학 지식과 함께 생명과학, 나노과학, 의학 등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팀사이언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IBS 제공

KAIST에 이어 포스텍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의과학대학원 설립에 나섰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들이 감염병을 비롯한 주요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임상과 기초연구가 가능한 의사과학자들의 양성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국내에 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사과학자의 역할을 기초의학 연구자로 제한하지 않고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가교 역할을 부여하고 임상교수나 전문의 과정에서 고유 연구 분야를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일 이런 내용과 함께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이슈 중 하나로 ‘의사과학자 양성 교육과정 체계화’를 다룰 것을 주문하는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09년 의학전문대학원과 한국연구재단이 의학전문대학원 내 ‘의사과학자(MD-PhD)’ 과정을 신설하면서 의사과학자 양성 교육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 서울대와 연세대 등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다시 의과대학으로 회귀를 선언하고 연구재단이 관련 지원금을 중단하면서 의사과학자 과정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이 과정은  MD(의학박사)-PhD(자연과학박사)를 합친 연구 중심 의사과학자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현재 국내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은 크게 3가지 경로가 있다. 기초전공의가 기초의학 교실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며 일반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이나 석박사 통합과정을 거쳐 의사과학자가 되는 방법이 이 중 하나다. 하지만 의대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대생들이 현저히 적다보니 양성되는 숫자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또 하나는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의학 석사 학위 취득자와 졸업예정자가 4년의 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3~4년의 기초과학 박사 과정에 입학하는 경우다. 주로 군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연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지 않고 학위 과정과 의무복무 기간을 포함하면 5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선호되지 않고 있다.

의학 전문학위과정(MD)와 박사학위 과정(PhD)이 결합된 의과학 복합학위과정을 통해 의사과학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취지부터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생명과학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파행 운영이 이뤄지고 있어 신중한 평가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시스템의 실패로 복합 학위과정이 축소된 상황에서 현재 국내에서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는 트랙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금전 보상 미흡으로 의대생들이 선택하지 않고 있으며 의대들도 대부분 임상 전문의 양성에 더 치중하고 있어 양성에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은 전국의 의대 129곳이 미국립보건원(NIH)의 의사과학자 지원사업인 ‘의과학자훈련프로그램(MSTP)’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75개 의대는 아예 독자적으로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과학자 전문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이 의사과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기간은 보통 3~4년인데 이 기간 중 NIH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에서 의사과학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의대들은 코스의 선택, 학제간 연구 환경 제공, 개별화 교육 진행 등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유연성을 확보한다. 하버드대의 경우 의학박사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연과학박사 학위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 명문의대인 존스홉킨스대는 공중보건학교 박사 과정을 개방하고 있다.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를 함께 하는 융합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의사과학자는 학부과정, 수련의 과정, 전문의 과정 등 의사교육 전반에 걸친 양성 체계가 세워졌을 때 효과적으로 양성될 수 있다”며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연한 트랙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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