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스캔들로 '권력형 성범죄' 논의 시작되는 중국

윤기은 기자 2021. 8.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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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크리스 엑소 활동 시절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전 멤버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를 다루는 중국 사회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인들의 성추문에 쉬쉬하던 중국 관영매체들이 비판에 나섰고, 온라인 상에서는 피해자탓을 하기보다 가해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성운동가들은 특히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서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 CCTV는 2일 “연예인의 후광도 팬도 외국 여권도 우이판을 보호할 수 없다”며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놓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전날 “우이판의 몰락은 사회 권력 구조의 특징을 보여준다”며 “그는 돈이 있고 잘생겼으며 톱스타 지위를 가졌다. 여성과 동침하는 것이 자신의 특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당국은 온라인 상에서 크리스의 흔적을 없애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는 지난 1일 크리스와 크리스의 소속사, 팬 커뮤니티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중국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들에서도 크리스의 솔로곡이 일제히 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크리스의 성폭행 스캔들에 대응하는 모습에 대해 “3년 전 인기 방송진행자 주쥔(朱軍)이 방송국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을 때 중국 당국이 대처하던 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고 전했다. 당시 저우의 소송 사실은 관영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으며, SNS에 올라온 미투 관련 게시물도 삭제됐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2018년 이후 성범죄를 보는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며, 이는 중국 당국이 태도 변화를 보인 하나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여성인권을 다루는 매체 ‘페미니스트 보이스’를 창간한 뤼 핀은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성폭력에 대한 중국의 여론이 바뀌고 있다”며 “중국의 기존 사법 시스템은 권력형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크리스의 행위가 권력에 기반한 성폭행이었다고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크리스가 성폭행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이후 네티즌들은 SNS에 ‘여성이 여성을 도운다’(Girls Help Girls)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피해자는 기회를 원했고, 크리스는 이를 이용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뤼는 이러한 목소리가 권력형 성범죄가 가해자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서 구조적 폭력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한다고 분석했다.

크리스의 성폭력 의혹은 지난달 크리스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두메이주(都美竹·18)가 “크리스가 뮤직비디오 출연 면접을 보겟다며 불러 술을 먹이고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현지 매체에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공안국도 지난달 31일 “우이판이 여러 차례 나이 어린 여성을 유인해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크리스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는 24명이며, 글로벌타임스는 크리스에게 징역 10년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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