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7승 에이스→전반기 ERA 9.82, "타자 아닌 나 자신과 싸웠다"

이후광 2021. 8. 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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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김성락 기자]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1회말 2사 두산 선발 이영하가 삼성 박해민에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ksl0919@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이영하(두산)는 왜 아직도 2년 전 17승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게 전반기 어떤 어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2016년 두산에 1차 지명된 이영하는 2018년 첫 10승을 거쳐 2019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 호투 속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에 힘입어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하며 향후 두산 및 한국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다. 이영하의 등장은 우완투수 가뭄에 시달리던 KBO리그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17승 기운은 이듬해 겨울까지 이어졌다. 2020년 1월 장기 대기에 따른 소집 면제로 병역 의무가 사라졌고, 결혼에도 골인하며 24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연봉협상에서는 기존보다 1억원 인상된 2억7천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17승에 대한 보상도 두둑이 받았다.

그러나 17승 에이스는 그 이후로 나타나지 않았다. “양현종 선배처럼 외국인투수가 있어도 1선발로 나가겠다”는 당찬 목표와 달리 2020시즌을 42경기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로 아쉽게 마쳤고, 올해는 스프링캠프서 부상 및 과거 학교폭력 미투 사태에 연루되는 악재에 휘말리며 7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9.82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OSEN=잠실, 곽영래 기자]3회초 1사 1,2루 두산 이영하가 삼성 박해민의 기습 번트때 1루 양석환의 포구 실책을 아쉬워하고 있다. 2021.06.16/ youngrae@osen.co.kr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최근 잠실에서 만난 이영하는 “운동을 많이 해서 작년보다 훨씬 좋은 몸상태로 캠프에 합류했는데 잔부상에 안 좋은 일까지 생겼다. 거기서 뭔가 딱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았다”며 “시즌에 돌입해서도 깨끗하지 못한 상태서 계속 공을 던졌다. 사실 공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건데 거기에 자꾸 빠져들며 타자보다는 나 자신과 많이 싸웠다”고 털어놨다.

이영하는 이로 인해 4월 26일 2군으로 내려가 무려 44일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천에서의 생활은 어땠을까. 이영하는 “2군에 내려가서 운동을 엄청 많이 했다. 권명철 코치님을 비롯해 많은 코치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확실히 이천에 있으니 사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없고 야구장만 있으니 잡생각이 다 사라졌다. 물론 40일이 넘어가니 빨리 1군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영하는 1군 복귀전이었던 6월 9일 롯데전에서 또 다시 3⅔이닝 6실점으로 흔들렸지만, 16일 삼성전에서 모처럼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6⅓이닝 5실점으로 향후 전망을 밝혔고, 22일 키움에 4⅓이닝 3실점을 남기고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이영하는 “2군에서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야하는지 알고 올라왔다. 그 이후로 마음이 가벼워졌고 경기와 타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물론 안 좋은 경기도 있었지만 올라온 이후 조금씩 좋아져서 후반기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OSEN=박준형 기자] 210321 두산 이영하 / soul1014@osen.co.kr

그러면서 “앞으로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왜 피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러면서도 계속 마음에는 걸린다”며 “이제 야구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전반기 마지막이 괜찮았기에 얼른 공을 던지고 싶다. 후반기가 빨리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의욕에 찬 모습을 보였다.

2년 전 국가대표 차세대 에이스로 촉망받았기에 이번 도쿄올림픽 탈락에도 아쉬움이 남을 터. 이영하는 "2018년 아시안게임도 열심히 했지만 안 뽑혔고, 올림픽도 내 목표였는데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며 ”아쉬운 건 없다. 아직 어려서 다른 국제대회에도 또 많이 나가면 된다. 지금은 (최)원준이 형을 응원 중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영하는 김태형 감독이 꼽은 후반기 선발진의 키플레이어다. 워커 로켓이 부상, 최원준이 도쿄올림픽 출전으로 후반기 첫 등판 시기가 불분명한 가운데 그가 아리엘 미란다와 함께 초반 원투펀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영하는 “후반기는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팬들이 자연스럽게 2019년으로 돌아갔다고 봐주실 것 같다”며 “팬들이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게끔 계속 열심히 오래 던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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