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건 팔린 백신보험?..'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 알고보니

17일 서울 강남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접종 대상자가 백신을 맞고 있다. 2021. 6. 17. [박형기기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비하라며 최근 13개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백신보험이 실제로는 '확률 0.0006%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는 광고에 혹했다가는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 마케팅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3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백신보험 신상품으로 판매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에 가입하기 전 몇가지 유의 사항들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나 꽃가루 등 외부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난 3월 말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달 16일 기준 보험사 13곳이 판매하고 있으며,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에 달한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백신 보험' 등의 명칭으로 사용하며 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 백신 접종 시 발생하는 모든 부작용을 보장한다고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 보험들은 대개 백신 부작용으로 보고되는 근육통, 두통, 혈전 증상은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 백신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알레르기기구(WAO)는 대부분의 백신 부작용은 알레르기와 무관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휴업체를 통한 보험 가입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험사 뿐 아니라 제휴업체가 이 같은 보험을 무료로 제공할 땐 그 대가로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요구, 추후 자신의 개인정보가 마케팅에 이용될 수 있다.

조한선 금감원 보험감독국 팀장은 "백신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면서 "아나필락시스는 음식, 약물, 곤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므로 이에 대한 보장이 필요한 경우에만 가입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과장 광고와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보험상품 광고 단속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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