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쿠데타·코로나에 미얀마 사업 리스크 관리.. "지급보증 절반으로"

유진우 기자 2021. 8. 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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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미얀마 법인 투자를 반절 가까이 줄였다. 지난 2월 쿠데타로 군부 정권이 미얀마를 장악한 이후 내내 유혈(有血) 시위가 이어질 만큼 정국이 혼란스러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손 쓸 수 없이 창궐하면서 7개월 가까이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글로벌 사업에도 일시적인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이사회가 지난해 공시한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지급보증건에 대한 지급보증금액을 220억미얀마차트(MMK)에서 140억MMK로 줄였다고 공시했다.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는 2016년 신한카드가 미얀마에 세운 현지 법인이다. 이 회사가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신한카드가 대신 보증해주는 금액을 이전 181억원에서 97억6386만원으로 줄였다는 의미다. 지급보증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해당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신뢰의 척도’로 쓰인다.

신한카드가 당초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에 설정한 지급보증 기간은 올해 12월 30일까지였다. 그러나 이 기간을 5개월 가까이 남기고 지급보증 규모를 줄인 것은 그만큼 미얀마 내 사업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전에 빌렸던 차입금을 갚으면서, 갚은 금액만큼 지급보증 한도를 줄인 것뿐”이라며 “투자 축소 같은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2016년 위성호 당시 신한카드 사장(왼쪽 두 번째)과 유재경 미얀마 대사, 위뗌 양곤 재무부 국장 등 관계자들이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그러나 신한카드는 미얀마와 함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인접 국가에서는 지급보증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반대로 투자 규모를 늘렸다. 비슷한 시점에 나온 공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법인의 80억원 규모 지급보증 한도를 올해 말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베트남 법인에는 2026년까지 대출 형태로 345억원을 신용공여하며 투자를 강화했다.

신한카드는 2016년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내내 미얀마 법인에도 지급보증 규모를 키우며 공을 들였다. 지난해 6월에는 170억차트의 지급보증을 실행한 데 이어 8월에는 50억차트를 더 지급했다. 그러나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갈수록 격화되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대책 없이 퍼지면서 사업 기반이 흔들리자, 지금껏 늘리던 지급보증 규모를 줄이면서 ‘일단 한숨 돌리고 가자’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는 이미 올해 1분기에만 당기순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억원 순익을 시현했다가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순익이 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단기간 손실이 급증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규 영업이 어려워진데다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지면서, 실적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미얀마 군부와 시민 사이의 유혈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회수 불가능한 채권이 늘고 있어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가 올해 안에 실적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정치인들을 대거 구금하고 저항하는 시민을 유혈 진압하고 있다. 인권 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이 지난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6개월 동안 군경에 살해당한 시민이 940명에 달한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지난달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쿠데타 등을 이유로 “미얀마 코로나 사태가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2주 안에 미얀마 인구(5400만명) 절반이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아직 미얀마 시장 철수 같은 선택을 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법인 승인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금융기관 특성상, 미얀마 당국과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개발권 관계자는 “당장 실적 악화를 이유로 들어 전면 철수를 결정하기에는 재진출 시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국내 은행들이 1990년대 후반 태국에서 철수한 이후 아직 태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사례를 감안하면 신한카드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에 집중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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