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韓美연합훈련 파행과 '미국의 계륵'

기자 2021. 8.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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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 선수들, 특히 Z세대 태극전사들의 재기발랄한 당당함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근데 우리 정부가 더 급해 보인다.

결국 '주한미군의 계륵화' 여부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달렸지만, 우리의 행동과 전략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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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장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 선수들, 특히 Z세대 태극전사들의 재기발랄한 당당함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념에 찌들지 않고 자유, 공정, 실용을 추구하는 이들 디지털 세대가 맞닥뜨려야 할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어떨까. 1972년 뮌헨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리호준은 “원수(怨讐)의 심장을 겨누는 마음으로 쏘았다”고 했다. 그런 적개심이 반세기 지난 오늘날까지 여전히 김여정의 악담으로 이어진다.

작년 6월 북한이 제멋대로 끊었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 그동안 10여 차례나 오간 친서 덕분이라며 청와대는 남북 정상의 ‘용단’을 칭송했다. 그간 북한이 저지른 숱한 도발과 배은망덕한 몽니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이번에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민간인 피격 등에 대한 배상이나 문책은커녕 사과조차 받을 의향이 없다.

지금 북한은 방역 봉쇄와 제재 장기화로 경제난과 보건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해 우리의 지원이 절박하다. 근데 우리 정부가 더 급해 보인다. 통일부는 연락선 복구를 천금 같은 소통 통로라며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이미 승인했다. 정부 차원의 식량 직접 지원 방안도 모색하며 정상회담 사전작업에 올인할 태세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아무리 ‘평창 어게인’이 절박하더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를 위한 대북제재의 뒷문을 우리가 열어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미 양국이 핵 동결 수준에서 접점을 찾는다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쾌재를 부르겠지만, 우리는 핵 인질 상태에 빠질 것이다. 첨단 군사력이든 전술핵 재배치든 대북억제력 제고를 위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하는 이유다. 그 시발점은 현 정부 들어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게임’이 돼버린 한·미 연합연습의 정상화다. 아니나 다를까 김여정은 연락선을 볼모로 다음 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그 ‘하명’에 혹여 1부 방어연습만 하고 2부 공격연습은 건너뛰는 파행이 현실이 될까 우려스럽다.

위나라 조조는 촉나라 유비와 전략적 요충지인 한중(漢中)을 두고 싸울 때 ‘계륵(鷄肋)’이란 암호를 썼다. 조조는 포기하기에는 아깝지만 무리해서 차지할 만큼 대단한 지역도 아니라 고심 끝에 철군했다. 베트남(1973년), 필리핀(1992년), 아프가니스탄(2021년)에서 미군 철수가 이뤄졌는데, 20년 간극이 있었지만 ‘미국의 계륵’이 된 결과는 소름 끼칠 정도로 유사하다. 남베트남 정부는 몰락했고, 중국이 필리핀의 스카버러섬을 무력점령했고 안보 리스크로 경제는 폭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정부군을 몰아내고 있다.

흔히들 중국 견제의 전략적 목적이 있는 평택에서 미군은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하지만 플랫폼 항공모함이 있는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구사하거나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인 남중국해 통제를 위해 호주나 (미국과의 군사협정을 전면 복원한) 필리핀을 전략요충지로 삼을 수 있다. 결국 ‘주한미군의 계륵화’ 여부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달렸지만, 우리의 행동과 전략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선택으로 Z세대 앞날이 위협받는 역사적 과오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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