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분열의 시대

2021. 8. 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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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올림픽에 임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해본다.

그중에서도 여자 태권도 결승에 오른 이다빈 선수의 마지막 모습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과 여유, 세련된 매너는 그 어느 하나 세계무대에서 뒤처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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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올림픽에 임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해본다. 그중에서도 여자 태권도 결승에 오른 이다빈 선수의 마지막 모습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열심히 시합에 참여했으나 패한 후에 상대방 선수를 향해 ‘엄지 척’을 하며 웃는 모습은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마음 넉넉해지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그래, 이게 올림픽 정신이지’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안산 선수의 금메달은 더욱 값졌다. 그리고 멋졌다. 멋지다는 말 이외에는 무어라 표현할 정도가 없을 정도로 ‘멋졌다’.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과 여유, 세련된 매너는 그 어느 하나 세계무대에서 뒤처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 그 뒤에 있었다. 세계무대에서 선수들의 매너와 걸맞지 않게 시작된 ‘페미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인간도 사상이나 이념을 강요받을 수 없다. 천부적인 기본권이자 인권이다. 공인이라고 해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숨기거나 자제해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고 여자인 그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어떠한 언어를 사용한들, 그 의미를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 머리가 짧든 길든 왜 논쟁이 돼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가해지는 무형의 폭력이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 세상이다. 모든 세상 스트레스가 그에게 집중한 듯 보였다.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여자만 가질 수 있는 신념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환경보호론자가 될 수 있듯이 성을 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한 사람의 생각을 왈가왈부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으며 더욱이 직업적인 것과 결부해 판단하거나 조롱할 수도 없다.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함께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 있다. 이른바 ‘쥴리 논쟁’이다. 이 역시 정말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본인 건물 담벼락에 낙서를 한들, 예술작품을 그린들, 그걸 무슨 색으로 그린들 그 누가 참견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 자유에도 품격과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듯하다.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고 삶을 조롱하며 공개적인 망신을 주고 본인의 자유만을 주장한다고 하면 그 자유 역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인가. 기본권의 한계는 이런 데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페미스러운’ 입장을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부분이다.

나아가 ‘선택적 분노, 선택적 보호’라는 단어가 머리를 맴돈다. 이러한 당연한 것을 굳이 논쟁을 해가며 설명해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이 슬플 뿐이다.

상식과 이해, 포용, 배려. 이 기본적인 모든 것이 너무도 어려운 사회가 된 것이 개탄스럽다. 국제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주는 매너와 당당함과 대비되는 국내에서의 이런 낯 뜨거운 사건들. 나부터 반성하게 된다. 참 부끄럽다. 아직 뜨거운 여름이 한창이다. 그야말로 뜨거운 분열의 시대가 한창이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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