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혈세 회수 책무 저버린 産銀

임대환 기자 2021. 8.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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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2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매각 책임이 있는 KDB산업은행의 행태를 보면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보다는 적당한 매수자에게 팔아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3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이 혹여나 헐값에 매각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 회장을 비롯한 산업은행 경영진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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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차장

3조2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매각 책임이 있는 KDB산업은행의 행태를 보면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보다는 적당한 매수자에게 팔아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우건설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 컨소시엄과 지난달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전례 없는 입찰서 추가 제출을 통해 KDBI가 낙찰 금액을 2조3000억 원에서 2조1000억 원으로 깎아준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적자금 수조 원을 투입하면서도 국회의 눈을 피해 깜깜이 졸속·할인 매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KDBI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도 “관여할 수 없는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KDBI를 통한 기업 매각 구도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019년 만들어 낸 것이다. 전문회사를 설립해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분산하고, 혁신성장 기업 지원에 더 집중하겠다는 명분으로 KDBI를 만들어 대우건설 매각 업무를 이관했다. 좋게 말하면 ‘혁신 기업 지원’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부실기업 매각 책임을 자회사에 떠넘긴 모양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질문이 나올 때마다 “매각 작업에 산업은행이 관여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태도를 시장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회장은 KDBI를 만든 이유를 ‘기관 중심’ 구조조정에서 ‘시장 중심’ 구조조정으로 빨리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DBI 구조를 보면 그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KDBI 대표이사는 산업은행에서 수석부행장까지 지냈던 사람으로, 산업은행이 낙점한 인사다. KDBI가 주도하는 대우건설의 경우 매각 주관사도 산업은행 내 ‘M&A 컨설팅실’이 맡고 있다. KDBI가 ‘시장’보다는 ‘산업은행 영향력’ 안에 있는 회사라는 게 자명하다.

이런 구조에서 “산업은행은 매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 회장 주장을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산업은행의 주인인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과 다름없다. 강 의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전혀 독립하지 못한 형태의 난센스적인 기업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자기들 일자리만 늘린 ‘옥상옥(屋上屋)’ 회사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 구조조정’은 ‘한국산업은행법’ 제18조(업무)에 명시된 산업은행 고유의 책무다. 대우건설 매각도 자회사가 아닌 산업은행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투입된 공적자금도 전액 회수하고 대우건설도 회생하는 ‘윈-윈’의 매각 성사를 기원한다. 그러나 3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이 혹여나 헐값에 매각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 회장을 비롯한 산업은행 경영진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됐던 옛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논란은 지금도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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