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작업실을 통째로 전시장에 옮겨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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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카페트 위에 곧추세운 나무패널이 여기저기 섰다.
작가의 작업실이 어쩌다가 통째 갤러리로 나들이를 나왔을까.
작가는 "종이란 공간에 사물 또는 풍경의 이미지를 올리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거나 움직일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거제도와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프랑스 니스에서도 활동했다는 작가는 그 '푸른 바다'를 잊지 못해 파란 카페트로 작업실을 꾸미고, 또 전시장도 꾸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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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풍경 그대로 옮긴 설치작품 선봬
팬데믹이 만든 작업공간 제약으로 시도
120점 드로잉 더해 사물 흐름·방향 표현
우리 처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작업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른 카페트 위에 곧추세운 나무패널이 여기저기 섰다. 어디서는 책장처럼 보이고, 어디서는 안내판처럼, 또 작업대처럼도 보인다. 그렇다고 이 공간의 주인공이 부피를 차지하는 ‘나무’인 것은 아닌 듯하다. 도형이랄지 문양이랄지, 마치 어느 부분을 바투 따내서 스케치한 듯한, 줄 맞춰 도열한 수십 장의 ‘드로잉’이 시선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정체가 불분명한 스테인리스스틸 판에다가 안테나처럼 세워둔 철기둥, 역암을 깎아 동그랗게 공처럼 빚은 돌덩어리까지 단순치가 않다.
이 모두는 어느 작가의 작업실 풍경이다. 그런데 여기는 정갈한 화이트큐브의 갤러리가 아닌가. 작가의 작업실이 어쩌다가 통째 갤러리로 나들이를 나왔을까.
작가 유민혜(34)는 집·공간 등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옮겨다니며 가시적 혹은 비가시적 풍경을 독특하게 풀어내는 설치작품을 을 주로 해왔다. 지난해에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젊은 작가 6인이 합세해 연 기획전을 통해 ‘거실산수’(2020)를 공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1980∼1990년대 어느 평범한 가정의 거실과 옛 산수화에 등장할 법한 고전적인 계곡과 산, 구름을 융합해 세상에 없을 장면을 연출했다. 장롱인지 문짝인지 모를 나무뭉치를 바닥에 눕히고, 거기서 빼낸 듯한 금속관으로 산자락을 표현했더랬다. 이 작품 앞에서 작가는 “작품으로 감상하는 것보다 거실을 산책해듯 둘러봐달라”는 주문을 했더랬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갤러리조은에 연 개인전 ‘예리하고 고도로 능동적인’은 보다 적극적인 콘셉트다. 개인전으론 다섯 번째란 이번 전시는 본업이라 할 설치작업에 드로잉 콜라주를 결합한 것이 특별하다. 전시명 ‘예리하고 능동적인’을 그대로 타이틀로 따온 120점의 드로잉(벽에 붙인 70점, 책장 속 액자로 꽂힌 50점)은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작업이라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작업공간에 제약이 생기면서 새롭게 시도한, ‘지금’으로 치환한 설치미술이란 거다. 작가는 “종이란 공간에 사물 또는 풍경의 이미지를 올리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거나 움직일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사물의 흐름을 따라 거닐어본다’는, 작가 작품세계를 늘 관통해온 개념이 이번 개인전에도 적용된 셈이다.
거제도와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프랑스 니스에서도 활동했다는 작가는 그 ‘푸른 바다’를 잊지 못해 파란 카페트로 작업실을 꾸미고, 또 전시장도 꾸몄다고 했다. 작가는 “파란 바닥을 넘나드는 관람객을 상상해 본다”며 “내가 서 있는 곳은 이곳이고, 시선 맞은편 풍경을 따라 먼 곳을 쫓아가는 곳은 저곳”이라고 했다. 전시는 6일까지.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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